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건전 재정 기조 유지'였다. 대내외적인 불확실성 속에서 민생 안정과 복지 지출 등에 투입할 재원 마련을 위해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여야 정치권을 향해 초당적인 지지를 요청하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시정연설과 달리 전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찾아보기 어려웠던 점도 같은 맥락에서다. 국정 파트너인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고개 낮춘 대통령 초당적 지지 요청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경제(23회)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정부(22회), 국민(22회), 지원(16회), 국가(16회), 예산(15회), 개혁(14회), 재정(13회), 분야(11회), 미래(11회), 교육(11회), 확대(10회), 국회(10회) 등이 뒤를 이었다. 여당만으로는 예산안 통과가 불가능한 만큼 '국회' '협력' '협조'도 각각 10회, 8회, 5회 언급하며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부탁드린다"는 표현도 5차례 등장했으며 '감사'도 4차례 사용했다. 윤 대통령은 8143자에 달하는 시정연설 원고를 계속 손수 고쳤고 이날 새벽에야 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비판이 담긴 초안 내용에 대해 수정을 지시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초안에는 말뿐인 복지, 무너진 재정, 카르텔로 낭비된 혈세 등 언급이 있었다"며 "대통령이 직접 빼라고 했다"고 전했다.
건전 재정과 민생·물가 안정에 방점
윤 대통령은 범정부 물가 안정 체계 가동, 취약계층 필수 생계비 부담 경감을 비롯해 다양한 민생 안정 대책을 펴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은 국방, 법치, 교육, 보건 등 국가 본질 기능 강화와 약자 보호, 그리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더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물가 안정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범정부 물가 안정 체계를 가동해 장바구니 물가 관리에 주력하는 한편 취약계층 주거·교통·통신 등 필수 생계비 부담을 경감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안정 대책을 촘촘히 마련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기초수급 가구 생계급여 21만원 인상(4인 가구 기준) △발달 장애인 지원 확대 △기초‧차상위 가구 청년 대학등록금 전액 지원 △12만 소상공인에 저리 융자 제공과 냉난방비 지원 △병 봉급 35만원 인상 △출산 가구에 공공분양‧임대주택 우선 배정 등을 제시했다.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2019년부터 3년간 20조원 수준에서 30조원까지 양적으로는 10조원이나 대폭 증가했다"며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질적 개선과 지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R&D 예산은 향후 계속 지원 분야를 발굴해 지원 규모를 늘릴 것이다. 일단 이번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3조4000억원은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 약 300명에 대해 더 두텁게 지원하는 데 배정했다"며 "지출 조정 과정에서 제기되는 우려에 대해서는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3대 개혁 의지 강력 피력
윤 대통령은 노동·교육·연금 등 이른바 '3대 개혁' 의지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에 대한 원인을 "우리 사회에 대한 청년 세대 불안이 응집된 결과"로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주고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하는 경제‧사회 전반에 대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단언했다.윤 대통령은 노동개혁과 관련해 양대 노총이 최근 '회계 공시'를 결정한 것에 대해 "늦었지만 다행스럽다"며 "투명하고 신뢰 받는 노동운동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도 노력하겠다"고 환영했다.
윤 대통령은 교육개혁 방안으로 △사교육 카르텔 근절 △교권 확립을 위한 '교권 보호 4법' 개정 △유보(유아교육과 보육) 통합과 늘봄학교 추진 등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다양하고 개방적이며 공정한 시스템을 통해 자녀들을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키울 수 있도록 교육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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