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적자 '눈덩이'…보험업계 vs 의료계, 아직도 "네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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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다혜 기자
입력 2023-11-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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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금 지급 및 실손보험 손해율 간 비례구조

  • "비급여 진료비 각각"…"진단코드 지정은 보험사"

자료사진 사진픽사베이
자료사진 [사진=픽사베이]
[이코노믹데일리]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적자를 둘러싼 책임 소재를 놓고 보험업계와 의료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보험업계는 병원 비급여 과잉진료가 실손보험 손해율을 높였다는 반면 의료계는 모든 책임을 의사에게 떠넘기는 것 자체가 억지라며 대립 중이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실손보험 손익을 집계한 결과 △2018년 1조1965억원 △2019년 2조5133억원 △2020년 2조5009억원 △2021년 2조8580억원 △지난해 1조5300억원 등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실손보험은 보험 가입자(환자)에게 발생한 실제 의료비를 보상하는 상품을 말한다. 의료비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는 보험금(급여)과 병원에서 치료받거나 입원해도 지원되지 않아 환자가 직접 부담해야 하는 금액(비급여)으로 구분되는데, 실손보험은 이 중에서 비급여의 일부를 보상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적자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병원의 비급여 과잉진료를 지목한다. 의사가 비급여 진료비용을 원가보다 필요 이상으로 높게 부르고 이에 따라 관련 시술을 받은 환자들이 보험금을 청구하면서 적자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보험금 지급 상승은 곧 실손보험 손해율이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비급여 진료비의 경우 요양기관(병의원)이 임의대로 정할 수 있어 병원마다 금액이 다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백내장이나 도수치료 등도 실손보험에서 보장받을 수 있다고 병원에서 부추겨 (환자에게) 과잉진료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진료비용도 원가에 비해 굉장히 높게 책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손보험금 청구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자, 백내장 수술 이슈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꼽힌다. 백내장은 병원과 브로커가 조직적으로 과잉진료를 벌여 실손보험금 누수를 일으키는 대표 분야 중 하나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백내장 관련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2019년 4300억원 △2020년 6480억원 △2021년 9514억원으로 급증했다. 작년은 7082억원으로 줄었는데, 같은해 6월 대법원이 백내장 수술은 입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통원치료로 가능하다고 판결함에 따라 보험금 청구 건수가 줄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올해 강남의 모 안과는 합병증으로 꾸며내 진료 기록지를 환자 지급용과 보험사 제출용으로 이중 작성하는 등 비급여 진료비를 높였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따라서 비급여 과잉진료에 대응하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하는 진료비용 정보 공개 제도를 소비자들이 더 잘 알 수 있도록 홍보에 힘쓰고 진료 시 표준코드를 사용해 체계를 갖춰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료기관이 사전에 환자에게 비급여 금액에 대해 알리는 고지 의무 실효성 제고와 관련해서도 지적이 나온다. 의료법 제45조에 따르면 의료기관 개설자는 비급여 진료비용을 환자나 환자의 보호자가 쉽게 알 수 있게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고지하게끔 명시돼 있다. 

하지만 고지 의무만 있을 뿐 과태료 등 구체적인 처벌 규정은 없어 설명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문제 병원은 환자가 치료받았을 때 발생하는 의료비 중 급여 부분은 청구하지 않고 비싸게 책정한 비급여 진료비만 환자에게 받기도 한다"며 "심평원에 아예 신고조차 안 되게 하는 의도인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반해 의료계는 되레 보험사가 고객에게 과잉수진을 유도하고 있다고 일축한다. 실손보험 적자의 원인을 병의원에 모두 전가하는 것을 지적하면서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은 "실손보험은 (보험사가) 보험 가입자에게 상품을 판매할 때 구체적으로 얼만큼 환급받을 수 있다고 가이드를 주는 실정이라 병의원의 과잉진료가 아니라 보험업계가 과잉수진을 유도하는 것이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들이 보험사에서 진단 코드를 지정해 가져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보험 설계사도 고객에게 안 좋은 소리 듣기 싫으니까 맞춰주는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의협은 실손보험 적자의 모든 원인을 병원이 과잉진료해서 마치 도덕적 문제가 있는 것처럼 전가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는다. 의협 측은 "국내 의료 이용 문화라든지 보험 상품 체계 결함이 합쳐진 종합적인 문제"라며 "병원과 소비자의 문제로만 돌리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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