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에 이어 헌법재판소까지 최고 사법기관의 수장 공백 사태가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임기를 닷새 앞두고 있는 가운데 후임 임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8년 9월 21일 7대 헌재 소장으로 취임한 유 소장이 오는 10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유 소장의 후임자로 지난달 18일 이종석 재판관을 지명했다. 이어 지난달 25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임명동의안이 회부됐다.
하지만 청문회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임명동의 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공백 없이 유 소장 퇴임일에 맞춰 새 헌재 소장이 취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청문회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임명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헌재 소장 공석은 더 길어질 수 있다.
헌재는 2006년 퇴임한 윤영철 3대 소장부터 2018년 퇴임한 이진성 6대 소장까지 후임자가 제때 취임한 적이 없다. 2017년에는 박한철 소장이 퇴임하고 이진성 소장이 취임할 때까지 296일간 공백 사태를 겪기도 했다.
헌재 소장 자리가 비면서 헌재 판단을 기다리는 주요 사건들도 재판을 진행할 수 없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의 모든 본안사건 판단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와 같이 재판관 9명이 모두 참여해 심리·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재판소장이 공석일 경우 재판관 회의가 소집돼 대행을 선출하며 사건 심리는 형식적으로 재판관 7명만 있으면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질병·기피 등에 대비하는 예외 조항이라 법조계는 권한대행 체제에서 헌재가 정상적으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위헌·탄핵·정당해산 결정은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합헌·위헌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건일 경우 재판관이 몇 명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어 헌재 소장 공백으로 재판관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헌재가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헌재는 통상 한 달에 한 번 결정을 선고하는데 이번 달에는 당장 선고하지 않고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주요 사건으로는 △사형제 위헌 여부 △유류분제도의 위헌 여부 △종합부동산세 제도와 KBS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한 헌법소원 △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권의 직무감찰에 반발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등이 있다.
한편 대법원도 이균용 전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대법원장 공석 42일째를 맞았다. 윤 대통령은 이번 주 중 새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력 후보로는 오석준 대법관, 조희대 전 대법관,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김형두 헌법재판관,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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