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탈취시 '5배 징벌적 배상' 의지에도 시큰둥..."차라리 강제 적용 조건 둬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백소희 기자
입력 2023-11-06 10:1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장기간 소송전에도 손해액 보전 요원

  • 중소기업 기술보호 역량, 대기업 절반 수준

  • "손해액 인정 자체가 어려운데 3배·5배 논의 무의미"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5022억 vs 10억.'
 
2015년부터 기술 유출·탈취로 인한 중소기업의 누적 피해액이 5022억원에 달하는 반면 그간 법원에서 인정된 징벌적 손해배상액은 단 1건, 10억원에 불과하다. 정부가 최근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최대 5배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개정 상생협력법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실효성을 의심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손해액 인정에 소극적인 법원 판결이 이어지는 이상 징벌적 배상액이 몇 배에 이르더라도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기술 탈취에 대해서는 인정됐을 때 무조건 정해진 배수 이상을 적용해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있어야 한다는 제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을 유용했을 때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2011년 하도급법에 처음 도입된 후 실제 징벌적 배상액이 적용된 판결은 단 1건에 불과했다.
 
2021년 태양광 전지회로 제조업체인 S사가 한화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 판결이다. 당시 2심 재판부는 S사가 주장한 손해액 100억여 원 중 5억여 원만 인정하고 징벌적 배상액 2배를 적용해 총 10억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S사가 2016년 7월 최초 신고한 지 약 5년 만이다. 양사 간 소송전은 아직 대법원 최종 판단이 남아 있다.
 
S사는 연구개발에만 40억여 원을 투입해 실질적인 손해액 보전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징벌적 배상액이 인정된 1건마저도 중소기업 측 손해액을 완전히 보전하기 어려운 결과에 그쳤다. 기술 탈취로 법적 분쟁을 걸더라도 장기간 소송전이 예상되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기도 희박한 탓에 대응 자체를 꺼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전국 34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 기술보호 역량 점수는 49.3점으로 대기업(87점) 대비 56.7%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최근 징벌적 손해배상액 상한을 기존 3배에서 5배로 확대하고 손해액 산정 기준 등을 담은 개정 상생협력법을 예고했다. 하지만 실제 판결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중소기업 입증책임 완화, 손해액 인정기준 마련 등 기술 탈취에 제동을 걸기 위해 개정안을 시행했지만 시행 1년 9개월이 지나도록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기술 침해 분쟁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로 인한 영업이익이 실현되기 전 개발 단계에서 기술을 탈취당하는 중소기업이 손해액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 탈취에 엄두도 못 낼 만큼 강력한 예방 효과를 갖기 위해선 손해액 산정을 위한 독립적 기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설이 법률사무소 지음 대표변호사는 "3배, 5배 얘기하지만 곱해지는 모수, 즉 회사가 입은 실질적인 손해액 자체를 산정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손해액에 따른 징벌적 배상액 명시 규정도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량권을 가진 법원이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무조건 적용하는 규정을 만들자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양형 기준처럼 그 배수를 적용하는 기준을 법원 내에서 만들면 어떨까 싶다"며 "기준에 준해서 어떤 요소가 발견될 때는 2배·3배·4배를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