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법정서 판사에 고함…외신 "소셜 미디어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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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3-11-0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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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인석서 "재판 사기" 주장하며 소리 질러

  • 판사 경고 등 법정 긴장감

  • 일부 의혹 인정…면책조항 들며 무죄 주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자산가치 부풀리기’ 의혹을 받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6일(이하 현지시간) 법정 증인석에 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판사를 향해 소리치는 등 법정 내 언행이 그의 ‘트루스 소셜’ 게시물과도 같았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보도했다. 트루스 소셜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든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다.
 
이날 뉴욕시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열린 민사재판에 변호인단을 대동하고 나타난 트럼프는 판사는 ‘편향적’이고 법원은 ‘사기’이며, 이 소송은 ‘미친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신만큼 부동산을 잘 아는 사람은 없으며, 은행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앞서 레티티아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트럼프가 트럼프그룹의 자산 가치를 연간 최대 36억 달러까지 부풀리는 방식으로 은행과 보험사를 속여 더 나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은 혐의로 기소했다. 이러한 자산 부풀리기를 통해 2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불법 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증인석에서 자신의 정치 집회 어조를 투사했다”며 “그는 눈에 띄게 화가 난 것처럼 보였으며, 때로는 질문에 대해 소리를 질렀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서 뽑아낸 듯한 장황하고 두서없는 말로 판사를 반복적으로 화나게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재판에는 트럼프의 부, 명성, 그리고 그를 대통령의 자리까지 올린 부동산 사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 재판은 TV로 중계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국민들은 재판 과정을 볼 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시무룩한 얼굴로 증인석으로 터벅터벅 걸어가서 선서했다. 처음에는 질문에 간결하게 답했지만, 이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재판이 시작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재판을 맡은 아서 엔고론 판사는 트럼프에 ‘예 또는 아니오’ 질문에 길고 장황한 답변을 했다는 이유로 경고를 내렸다.
 
엔고론 판사는 트럼프 측 변호인 크리스토퍼 키세에게 “당신의 클라이언트를 통제할 수 있겠나? 이건 정치 집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판사의 경고를 무시했고, 재판장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판사는 키세에게 트럼프에게 법정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주라고 했지만, 키세는 “미국의 최고경영자(CEO)였던 그리고 또 조만간 다시 CEO가 될 인물은 규칙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판사는 “그는 규정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트럼프는 회사의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데 참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검찰 추궁에 "내가 한 일은 회계사들이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것을 주도록 사람들에게 말하고 승인한 것뿐"이라고 답했다. 이어 "내가 (재무제표를) 보고, 어떤 경우에는 몇 가지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특히 면책조항을 들면서 자신의 무죄를 강조했다. 재무제표 작성에 있어서 은행들이 추정치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자체 평가를 수행할 것을 촉구하는 면책조항이 있기 때문에 트럼프 본인과 이번 사건은 관련이 없다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뉴욕주 검찰총장으로부터 소송 당하지 않아도 되는 면책조항을 갖고 있다”면서 면책조항이 너무 강력해서, 다른 이들이 준비한 문서에 서명했다고 방어했다.
 
또한 그는 정치 문제로 워낙 바빴기 때문에 재무제표 작성에 관여할 시간이 없었다고도 했다. 트럼프는 “우리나라 안보를 지키는 데 너무 바빠서 2021년 재무제표 작성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중국과 러시아 문제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원고 측의 케빈 월러스 검사는 “참고로 2021년에는 대통령이 아니었잖나?”라고 물었다 .
 
한편, 트럼프는 91개 혐의로 기소돼 4건의 형사재판에 직면해 있지만, 법적 문제는 트럼프의 발목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잇달아 승기를 잡았다. 외신은 트럼프가 이번 증언과 형사기소 등을 적극 활용해 더 많은 기부금을 모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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