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내년께 코레일의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예상했다. 다만 15조원에 달하는 금융부채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선 12년째 동결 중인 철도 운임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며 고속철도(KTX) 등 간선철도 운임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달 중 윤곽이 나올 코레일의 시설 유지보수 체계 개편에 대해선 철도 산업 특성상 (건설·시스템의) 밀접도가 높은 만큼 유지보수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지난 7일 국토교통부 기자단을 대상으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 이후 KTX 수익이 회복되면서 내년 무렵이면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코레일은 2017년 이후 매년 영업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2020년 1조2113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이후 매년 줄고 있긴 하지만 지난해에도 3969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부터는 코로나19 엔데믹 등의 영향으로 여행객이 늘면서 영업 이익 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 사장은 물가가 많이 오른 데다 금융부채 이자가 여전히 높아 이를 감당하기 위해선 철도 운임 인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철도 운임은 지난 2011년 4월 4.9% 올린 이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한 사장은 "소비자 물가가 30% 가까이 올랐고 전기 요금도 4000억원에 못 미치던 게 올해는 6000억원까지 나갈 것 같다"며 "인건비도 같이 오르다 보니 수선 유지비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예정돼 있는 용산 역세권 개발을 통해 부채 절대액을 줄일 계획도 있다"면서도 "다만 코레일 부채 20조원 중 15조원이 금융 부채인데 이에 대한 이자를 감당할 수 있어야 추가 부채가 늘어나지 않으니 이를 감당할 만큼 운임 인상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개통을 시작하는 수도권광역철도망(GTX)에 대해선 KTX의 수요 및 수익 위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서울시·경기도·인천시·코레일 등과 협의를 거쳐 GTX-A노선에 수도권 통합환승 할인제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통합환승 할인제는 대중교통 이용객이 최초 기본요금을 지불하면 다른 버스·지하철로 환승하더라도 할인된 요금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한 사장은 "광역철도 수요가 이탈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부분은 있지만 코레일 수입의 대부분은 KTX이기 때문에 수익구조에 많은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GTX 개통으로)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경쟁자가 생겨 시너지 효과가 나고 기회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사장은 "통합환승 할인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코레일로서는 감수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철도 유지보수 분리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했다.
코레일은 열차 운영부터 관제, 시설 유지보수를 전담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크고 작은 철도 사고가 이어지자 업무 이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국토부·국가철도공단·코레일은 공동으로 글로벌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철도안전체계 심층진단 및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맡긴 상태다. 국토부는 이 연구 결과를 포함한 철도안전체계 개선안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한 사장은 "정부에서 용역을 진행 중이고 용역에서 합리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코레일 사장으로서 정부 정책 결정에 따라 안전하게 (운영)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철도 산업 특성상 건설 때부터 어떤 차가 들어올지, 시속 몇 ㎞로 다닐지, 신호시스템은 어떻게 될지 세팅돼서 시작하는 만큼 다른 교통 인프라에 비해 운영과 유지보수 사이의 밀접도가 높다"며 "통합돼서 유지보수나 운행이 이뤄지는 게 좋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 사장은 더 나은 철도 서비스 제공을 위해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현재 코레일은 많은 도전과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더 나은 철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통적 운송기업을 넘어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해야 된다"며 "이를 위해 안전관리부터 고객 서비스까지 과학화, 첨단화하고 경영 전반에 걸쳐 디지털 혁신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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