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이 정부의 의사 정원 확대 방침에 맞춰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설립에 속도를 낸다. GIST는 4대 과학기술원 가운데 의사과학자 양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곳이다.
임기철 GIST 총장은 8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과기의전원 설립을 포함한 미래 발전 계획을 공개했다. 임 총장은 "정부가 의사 정원을 1000명 확대하면 (의료 연구 발전을 위해) 그 가운데 100~150명은 의사과학자 육성에 할당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최근 논의 중인 메가시티 정책에 맞춰 지역별 정원 안배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지역별 정원으로는 △수도권 30~40명 △대전·충청 30~40명 △광주·전라 30~40명 △부산·울산·경남(부울경) 30~40명을 제시했다.
과기의전원은 연구에 뜻이 있는 인재를 교육해 의사 면허를 주고 연구를 꾸준히 지원하는 게 목표다. 의대 졸업 후 의사 면허를 보유한 사람이 바이오 연구를 계속하고자 진학하는 의과학대학원과는 다르다.
임 총장은 4대 과기원이 각각 과기의전원 설립을 추진하기보다 공동으로 의사 정원을 할당받아 교과과정을 만든 뒤 연구 과제에 맞춰 각 과기원에 분배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임 총장 구상은 지난달 초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주요 대학 총장들이 만난 자리에서 처음 공개됐다. 그간 이공계 연구에 집중해 온 4대 과기원이 과기의전원 담당 교수진과 의료 시설을 갖추는 데 필요한 시간·비용을 줄이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임 총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있는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공동 과기의전원 본부를 두고 각 지역 과기원에 분원을 둬 바이오 연구 등을 공동 추진하는 방안이 있다"고 예를 들었다. 그는 "2021년 4대 과기원이 공동으로 과기의전원 설립을 논의한 적이 있다"며 "이후 구체적인 추진 방안이 논의되지 않았는데 의사 정원을 확대하려는 현 정부 정책을 고려하면 (공동 과기의전원) 설립을 위한 분위기가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동 과기의전원이 불발되면 GIST 단독으로 설립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임 총장은 "GIST는 의과학대학원인 의생명공학과 전임 교수 절반 이상이 의사"라며 "배출 박사 60여 명 가운데 20여 명이 의사과학자 길을 택할 정도로 오랫동안 의사과학자 양성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고 강조했다.
GIST는 의사과학자가 임상으로 복귀하는 문제를 해소할 아이디어도 냈다. 김재관 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는 "의사과학자 이점은 임상에서 환자를 진료하며 얻은 경험을 연구개발(R&D)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과학자가 주 5일 가운데 하루 이틀은 환자를 만나고 나머지는 R&D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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