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거주하는 학부모 김모씨는 아이가 입실한 이후에도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운동화를 품에 안고 한동안 교문을 바라봤다. 입실 시간인 8시 10분보다 1시간 넘게 빠른 6시 55분경 도착했다. 김씨는 "다니는 교회에서 학부모 기도회가 있다"며 "함께 시험보는 마음으로 기도를 드릴 것"이라며 울먹였다. 이어 "너무 떨린다"면서도 "아이 앞에서 티를 내면 안 되니까 태연한 척 했다"며 애써 웃었다.
기자가 16일 오전 6시 50분경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고등학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시각이었지만 학생들은 교문 안으로 속속 들어섰다. 미리 시험장에 적응하고 긴장감을 풀기 위해서다. 아이를 배웅한 학부모 박모씨는 "유튜브에서 봤는데 오전 7시 5분까지 들어가는 게 제일 이상적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실수없이 시험을 잘 치뤘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예행 연습도 중요"..내년 수능 앞둔 학생·학부모도 고사장 찾아
입실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학부모들의 눈빛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한 학부모는 자녀에게 "끝까지 화이팅하고, 엄마 한 번 보고 가"라며 울먹였다. 대치동에 거주하는 40대 학부모 이모씨도 1시간 넘게 자리를 지켰다. 이씨는 "아이가 정시를 지원했다"며 "시험 시작까지는 교문 앞에 있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목표 등급을 묻자 "아직 시험 시작 전이라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이씨는 학교에서 흘러나오는 시험 안내방송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
수험생 가족이 아니지만 학교 앞을 지키는 이들도 있었다. 내년 수능을 앞둔 서울 서초구 세화여고 2학년 재학생 박모양이다. 박양은 "미리 수능 분위기를 보러 나왔다"며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몇년 전 오빠가 수능을 치를 때 한참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시험장에 나오니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실감난다"며 웃었다. 부모 이씨는 "예행연습을 하자는 차원에서 데리고 나왔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고 박양 손을 잡았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첫 '노마스크 수능'

사실상 폐지됐던 응원전도 부활했다. 인근에 위치한 중동고등학교 학생들은 올해 수능을 치르는 선배들을 응원하러 왔다. 1학년 학생 3명과 2학년 학생 1명은 손이 시린지 핫팩을 들고 손을 비비고 있었다. 이들은 "오전 6시 30분부터 선배들 응원을 위해 나왔다"면서 웃었다. 선배들이 도착하자 포옹을 하고 손으로 경례를 하기도 했다. 1학년 박모군은 "보는 제가 떨린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8시 30분 교문이 닫히자, 이들은 올해 수능을 치르는 선배들이 시험을 잘 치르길 바란다며 절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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