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존폐 기로' 공수처, 무용론 잠재울 2기 인선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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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성 기자
입력 2023-11-1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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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 위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 위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그간 성과가 미진했던 터라 차기 (처장) 후보 추천을 앞두고 우려가 많다. 무엇보다 싸울 수 있는 공수처, 성과를 낼 수 있는 인물을 추천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이달 8일 활동을 시작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후보추천위원회의 한 위원은 2대 공수처장 인선을 위한 후보 추천 활동에 앞서 이같은 심경을 기자에게 밝혔다.
 
2021년 초 출범한 공수처 1기가 내년 1월로 활동을 마무리한다. 검찰 등 기존 권력 기관에 대한 견제 기치를 들고 산고 끝에 탄생했지만, 국민의 기대에 비해 그간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한  사실이다.
 
1기 공수처를 이끌어 온 김진욱 처장은 올해 초 열린 기자회견에서 “출범 2주년을 맞아 심기일전의 계기로 국민 앞에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놓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김 처장의 임기가 3개월 가량 남은 현 시점에서도 여전히 공수처는 이렇다 할 성과를 국민에게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
 
공수처는 공소 유지는 물론, 최근에는 강제 구인 절차에서도 사실상 연전 연패 기록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 중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 수수 사건의 경우 1심에서 무죄가 나온 상황이다.
 
지난 9일 10억대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감사원 3급 고위간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마저도 기각되면서 공수처는 구속영장 청구에서 ‘4전 4패’를 기록하게 됐다. 공수처는 출범 후 5건의 체포영장과 4건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음에도 법원에서 단 한 차례도 영장을 받아내지 못했다.
 
공수처 자체에 수사 역량이나 의지가 있는 것 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내는 국민들이 많다. 공수처가 출범 후 공소 제기를 요구하거나 기소한 사건은 8건으로, 전체 처리 사건 중 0.1% 수준이다. 이달 9일에는 의욕적으로 수사에 나섰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해서도 결국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주요 현안 수사를 위한 기본적인 신병 확보에도 차질을 빚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의혹에 대해 공수처는 핵심 피의자인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에 대해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유 사무총장은 5차례의 공수처의 요구에도 출석에 전연 응하지 않는 상황이다.
 
김 처장은 이와 관련해 “법이 허용한 수단을 사용하겠다”며 강제 구인 청구 등을 시사했지만, 공수처 내부에서도 법원의 영장 기각 등을 우려하는 기류에 쉽사리 이에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2기 공수처에서 일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기류가 후보추천위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미니 사정기관으로 출발한 태생적 한계를 감안해도, 결국 공수처가 이런 우려를 스스로가 초래했다는 점을 완전히 부정하기는 힘들다.

기관의 중립성 등 공수처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많다. 그러나 이는 공수처가 일부라도 성과를 보였다면 간단히 상쇄될 비판들이다. 무용론에 이어 존폐론에 시달리는 공수처가 이런 비판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가치를 증명하는 것 뿐이다. 동시에 2기 공수처 인선을 통해 반드시 해결돼야 할 과제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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