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는 21일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총은 중처법이 시행된지 2년을 앞두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사망사고 예방 효과가 크지 않은 반면 과도한 처벌로 인한 기업리스크만 증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중처법 기소와 처벌이 중소기업 대표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법 시행을 앞둔 소규모 기업의 부담이 매우 커진 상황이다.
중처법 적용 현황을 보면 현재 검찰이 중처법 위반으로 기소한 사건은 28건이며 업종별로는 건설업(13건)과 제조업(13건)이다. 규모별로는 중소기업 23건(82.1%), 중견기업 4건(14.3%), 대기업 1건(3.6%) 순이었다. 중처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람(피의자)의 28명 중 27명이 대표이사였다. 재해자의 소속은 하청업체가 17개소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중처법 위반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은 10건이며 주로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대표이사가 형사처벌을 받았다.
경총은 “대기업 경영책임자 처벌을 주된 이유로 제정된 중처법 적용(기소 및 처벌)이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에 50인 미만까지 확대 적용될 시 법 준수 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규모 기업의 대표는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며 대표 구속 시 회사는 폐업할 수밖에 없고 근로자들은 실직하는 등 사회적 부작용만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소규모 기업은 안전역량이 매우 취약한데 중처법은 업종과 기업규모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성급히 제정됐으며 의무사항도 포괄적이고 모호할 뿐만 아니라 소규모 기업이 이행하기에는 너무 무리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업장 안전관리의 근간이 되는 법률인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은 소규모 기업의 특성을 고려해 안전보건관리체제 의무사항 일부만 적용한다. 중처법이 대부분의 의무사항을 50인 미만도 이행하도록 강제하면서 2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모호한 의무를 준수토록 한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50인 미만 사업장은 사업주(대표)가 직접 안전·보건업무를 총괄·관리하고 있어 사망사고 발생 시 산안법 또는 형법으로 형사처벌 되고 있다”며 “의무주체 및 처벌대상이 산안법과 동일한 소규모 기업까지 중처법을 적용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경총은 50인 미만 중처법 적용시기 추가 연장(2년)을 위한 법률개정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규모 기업은 아직 중처법을 지킬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50인 미만 사업 및 사업장에 대해 법 적용을 추가로 유예하는 중처법 개정(부칙 개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소규모 기업 특성을 고려한 경영책임자 의무 재설정도 요구된다. 현행 중처법이 기업규모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만큼 50인 미만 기업에 대해서는 시행령 제4조(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조치)의 9개 의무사항 중 중대재해 예방과 관련이 큰 제3호 및 제7호만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내년 대부분의 소규모 기업이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대상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사업물량을 고위험업종에 집중하는 등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지원방안을 정부가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50인 미만 기업의 중처법 적용 시기를 추가로 연장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만큼 하루빨리 법률을 개정해서 소규모 기업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