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는 저소득가구가 교육이나 주택 구입을 하는 과정에서 가계부채 부실 리스크가 확대되는 반면, 국내에서는 고소득가구를 주축으로 주택대출이 이뤄지면서 임대소득이 확대돼 계층 간 소득양극화로 귀결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수현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와 황설웅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20일 발표한 ''우리나라 가계부채와 소득불평등' 제하의 BOK경제연구 보고서를 통해 "2018년 이후 신규부채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을 목적으로 발생했다"면서 "특히 고소득가구를 중심으로 대출건수와 가계부채 잔액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활용해 국내 가계부채 양상을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주택구입 용도의 대출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집값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2018년을 전후해 주택 구입을 위한 신규 대출 건수가 1000여건에서 1700건 내외로 급증했다. 소득수준을 5분위로 나눠 대출 용도 별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소득이 높은 가계일수록 주택 마련을 위한 신규대출 건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최하위 분위는 2004년 이후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이 큰 증가세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해외 주요국 가계부채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미국의 경우 소득 수준이 높은 5분위 가구의 경우 금융자산 비중이 전체의 80%를 웃도는 등 고소득일수록 금융자산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은 고소득 가구에서도 주택 등 비금융자산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주택 취득 용도의 대출 규모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는 고소득계층이 소득 증가에도 보유 중인 대출을 상환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을 담보로 빚을 내 (부동산과 같은) 비금융자산을 더 보유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면서 "이로 인해 미국은 고소득가계일수록 순자산 비중이 높은 반면 한국에선 고소득가계도 순자산 비중이 절반(50~60%)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같은 현실이 계층 간 소득불평등 심화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를 높인다는 점이다. 연구진이 소득 분위별 비금융자산 취득에 따른 신규부채 건수 증가가 가처분소득에 미치는 효과를 추정한 결과 고소득 가구에 해당하는 5분위 가계에만 유의한 가처분소득 증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부채잔액이 가계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조사(2004~2020)에서도 고소득가구일수록 주택 등 비금융자산 취득을 위한 대출 증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해외에서는 소득불평등이 중·저소득 가계 부채를 높이고 해당 부채의 부실이 금융불안으로 이어진다는 논의가 있는 반면, 국내에선 가계부채가 자산취득을 위한 레버리지로 활용돼 급증했다"면서 "거시건전성 정책 하에서 충분한 부채를 일으킬 수 있는 가계는 고소득계층에 한정되는 만큼 가계부채 증가는 소득불균형 심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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