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역사상 국내 기준이 국제 기준으로 채택된 첫 번째 사례입니다."
지난 23일 광주광역시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 친환경차 부품인증센터에서 만난 문보현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은 배터리 연소(화재)시험을 앞두고 "전기차 전용시설로는 국내 최대라고 보면 된다. 일명 '배터리 불지옥' 시험"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이날 배터리시험동의 연소시험은 함께한 기자들이 탄성을 지르며 지켜보기도 했다. 문 연구원은 "국제기준의 연소시험은 휘발유를 이용한다. 하지만 휘발유는 재현성과 반복성이 떨어진다"며 "우리 연소시험의 경우 누가 시험을 하더라도 같은 실험 결과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통상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시험에서 가장 통과하기 어려운 시험이 연소 시험으로, ISO 18243 및 UN R136 규정에서는 휘발유를 이용한 연소 시험이 규정됐지만 국토교통부는 LPG 버너 연소 시험도 인정해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이날 기자들은 LPG 버너 연소 시험을 참관했다. 눈이 따가울 정도로 튀는 불꽃과 함께 시험이 시작됐다. 배터리를 직접 화염에 노출하고, 예열 시간 30초 이내에 평균 온도 800℃ 도달한 후 60초 동안 유지한 채 시험은 마무리됐다. 시험이 끝난 뒤 불을 끄자, 주변에 연기가 자욱했다.
배터리시험동은 8개 시험실로 이뤄졌고, 4곳이 배터리 시험 중 화재와 폭발을 대비한 방폭구조로 만들어졌다. 시험실에는 각각 진동시험기, 충격시험기, 압착시험기, 배터리 침수 안전성 평가 시험기 등이 오밀조밀하게 자리 잡았다. 문 연구원은 "2t 규모의 전기버스 배터리 시험도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소개했다.
이어 더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구동 축전지 충격시험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기차 주행 중 충돌사고가 났을 때 배터리에 불이 나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이다. 시험 시작 장치를 누르고 30초가 흐르자, 콘크리트 방폭 구조로 된 시험실에서 배터리가 시속 45㎞로 달리다가 '쿵'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전준호 자동차안전연구원 미래차연구본부 안전연구처장은 "충돌 뒤 배터리에 불이 나는지 1시간 동안 지켜본다"며 "사고 뒤 구급차가 도착해 다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최근 가동된 충돌시험동은 친환경차 충돌 시 승객보호, 고전원 배터리 안전성 등 다수의 시험이 가능한 공간이다. 초소형 전기차부터 중량 3.5t 이하 자동차까지 다양한 친환경차 충돌안전성을 연구할 수 있는 시험설비도 갖췄다. 친환경차 전용 플랫폼의 차체 강도를 평가할 충격시험동은 내부충격시험실 등 8개 시험실로 구성되며, 옆문·천장 강도 시험장비 등 운전자의 안전 보장을 위한 부품의 구조 강도를 평가할 수 있는 시험시설이 갖춰졌다.
한편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은 2020년 8월부터 광주 빛그린산단의 2만9916㎡ 부지에 친환경차 부품인증센터 설립을 추진했다. 최근 탄소중립 정책과 전기차 수요 확대에 따라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친환경차 부품인증센터는 총 390억원(국비 195억원, 지방비 195억원)을 투입해 배터리시험동, 충돌시험동, 충격시험동 등 3개 동으로 구축했다. 인증평가 장비로는 친환경자동차 배터리 평가 장비 6종, 충돌 안전성 평가 장비 7종, 충격 안전성 평가 10종, 화재재현장비 및 법적 부대장비 3종 등 총 26종이다.
특히 국내 배터리 안전성평가 시험 방법이 2021년 개정되면서 배터리 충격시험 등 국제기준(10개 항목)보다 강화된 12개 항목의 평가시험을 통해 제작사 기술지원 및 전기차 결함 분석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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