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이번주 열리는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금리 정점론과 한국의 저성장 전망 등이 맞물린 데 따른 전망이다.
다만 물가 반등세와 가계부채 증가 등 금리 인상 요인도 적지 않아 내년 초까지 고심 속 신중한 행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6일 한은에 따르면 오는 30일 이창용 총재와 금통위원 7인 전원이 참석하는 연내 마지막 금통위가 개최된다. 현재 국내 기준금리는 3.5%로 한은은 지난 2월 이후 6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해 왔다. 이번 금통위에서도 금리 변동이 없으면 9개월째이자 7연속 동결 기조가 이어지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정책을 사실상 마무리했다는 관측에 발맞춰 금통위가 만장일치로 동결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본다. 앞서 미 연준은 지난 7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나선 것을 마지막으로 9월과 11월 두 차례 연속 동결을 결정했다. 미국 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연준이 통화 긴축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시각이다.
한·미 금리 동조화 추세가 강한 만큼 한은의 금리 동결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다. 현재 2%포인트에 달하는 양국 간 기준금리 격차 등을 감안하면 한은이 연준에 앞서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는 쉽지 않다. 또 주요 기관들이 올해와 내년 국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등 저성장 우려가 커 추가 금리 인상 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 지난달 금통위에서 익명의 한 위원은 저성장 등을 감안해 향후 금리 하향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반면 고공 행진 중인 가계부채와 소비자물가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를 좌우할 변수다. 고금리 장기화에도 주택자금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가계 빚 규모는 지난 3분기 기준 1875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와 관련해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가계부채 확대를 막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것도 한은의 고민거리다. 3%대 후반까지 반등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말과 내년 초를 거치며 더 오를 경우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금융권 안팎에서는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는 시점을 내년 하반기 이후로 예상한다. 내년 3분기를 기점으로 물가 상승률이 2%대 중반을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에 기댄 관측이다. 미국 역시 내년 중반 이후에나 금리 인하를 단행할 여지가 있고 국내 잠재성장률도 하락을 거듭하고 있어 한은이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을 도모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이 통화정책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보수적 정책 기조를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글로벌 경기 연착륙과 물가 전망 경로 등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하가 실현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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