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다수의 수입 농수산물에 할당관세를 적용 중이지만 가격 인하 효과는 기대 이하다. 기존 수입 물량이 여전히 유통되고 있어 가격 하락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할당관세 적용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2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먹거리 물가를 잡기 위해 바나나와 망고 등 일부 수입 과일에 신규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할당관세는 국내 물가 안정 등을 위해 특정 수입품에 기본세율보다 낮은 수입 관세율을 적용하거나 면제하는 제도다.
다만 시장 가격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수산유통정보를 보면 지난 24일 기준 바나나 100g 가격은 325원으로 1년 전(324원)에 비해 오히려 0.2% 올랐다. 평년 가격(289원)보다도 12.4% 높은 수준이다.
할당관세가 적용되는 다른 품목도 사정은 비슷하다. 파인애플 1개 가격은 8471원으로 1년 전(6694원)에 비해 26.5%, 평년(5932원)에 비해 42.8% 오른 상황이다. 망고는 개당 5602원으로 전년 동기(5820원) 대비 3.8% 낮아졌지만 평년(5211원)에 비해서는 7.5% 높다.
축산물도 마찬가지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수입 돼지고기 냉동 삼겹살 100g 가격은 1470원으로 지난해(1558원)보다 5.6% 낮아졌다. 하지만 평년(1211원) 대비로는 21.4% 비싸다.
정부는 할당관세 도입 전 수입한 물량이 아직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어 가격 하락까지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지난 17일부터 할당관세가 시작된 품목들이 있다"며 "현재는 관세가 내려가기 전 수입 절차가 마무리된 품목들이 유통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새로 수입되는 물량에 대한 검역 절차가 마무리된 뒤 국내 시장에서 거래될 때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다"며 "할당관세 공고를 내면 업체들이 수입 물량을 줄이는 만큼 일시적으로 수급이 불안해지는 영향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할당관세가 물가 안정에 효과적인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할당관세를 통해 물가를 잡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정부의 가격 통제가 없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서로 눈치만 볼 것"이라며 "할당관세에 대한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세수 감소만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할당관세 효과를 검증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되면 유통구조 개선이나 수입선 다변화 등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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