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국내 10대 기업이 최근 3개월간(지난 8~10월) 인수하거나 신설한 36개 회사 중 3곳이 배터리 관련 기업이다. LS의 하이엠케이·에코첨단소재, 두산의 두산리사이클솔루션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폐배터리에서 금속을 회수하는 배터리 재활용을 주사업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폐배터리 시장 진출은 2022년부터 본격화했다. 이는 2021년 말부터 급등한 리튬 가격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현재까지 폐배터리 사업에만 1조7000억원가량을 들였다. 이외에도 LG, 포스코 등은 각 계열사마다 복수의 폐배터리 사업체를 둘 정도다. 이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의 미래 가치에 거는 기대가 컸던 탓이다. SNE리서치는 전 세계 폐배터리 시장이 2030년 70조원, 2040년 23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새 광물보다 재활용 광물을 사는 게 더 비싸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속 추출, 제련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재활용 사업은 천문학적인 투자비용이 들어가는데, 광물 가격이 일정 이상 유지되지 않으면 재활용에 따른 수익성을 장담하기 힘들다.
전기차 성장 둔화세도 시장의 폐배터리 사업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전기차 예상 판매량은 1450만대, 전년 1054만대보다 38% 늘어난 수준이다. 이는 2021년(109%)·2022년(57%) 성장률에는 미치지 못하며 성장 속도가 줄어든 모습이다.
배터리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사업이 중단되는 일도 생겼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 투자한 북미 업체 라이사이클이 대표적이다. 라이사이클은 최근 습식 재활용 공장 건설을 중단했다. 정확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업성 재고, 공사비 증가가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광물 가격이 급락하자, 폐배터리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불거졌고 투자비도 줄어든 영향이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업체들이 발표한 생산 능력이 폐배터리 물량을 상회할 거란 조사결과가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로모션에 따르면 2030년 유럽 내 폐배터리 업체의 처리 능력은 100만t인 데 비해 처리 가능한 폐배터리(스크랩) 물량은 60만t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예상 성장세에 맞춰 생산능력을 갖추려고 하던 폐배터리 업체들이 속도조절에 나서게 됐다"며 "폐배터리 재활용은 필수지만, 다수가 나서는 것보다는 금속 회수율이 높은 소수의 플레이어들이 나서야 유리한 시장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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