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 충격으로 저소득층 살림살이가 점점 더 팍팍해지고 있다. 얄팍해진 지갑에 담배·술 등 기호 식품은 물론 아이들 학원비에 필수 지출 항목인 통신요금까지 줄이고 있지만 '적자 가계부' 탈출은 요원한 상황이다.
물가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가운데 난방비 부담이 늘어나는 동절기로 접어들면서 저소득층 겨울나기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3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1인 이상) 명목 소비지출은 123만7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7% 줄었다. 최근 물가 영향을 반영한 1분위 가구 실질 소비지출은 3.7% 줄면서 명목 소비지출 감소 폭을 상회했다. 고물가 영향 속에서도 허리띠를 극도로 졸라매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2~5분위 가구는 명목 소비지출 증가율이 실질 소비지출을 상회했다. 실제 구매력은 늘지 않았지만 물가가 올라 더 많은 돈을 쓴 것이다.
1분위 가구가 씀씀이를 줄이고 있지만 가계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수입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3분기 1분위 가구 평균 소득은 112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7% 하락했다. 소득 5개 분위 가구 중 유일한 감소세다.
소비지출과 비소비지출을 줄여도 소득 감소 여파로 매달 33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는 처지다.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많은 적자 가구 비율도 1분위 가구가 가장 높았다. 56%에 달하는 가구의 가계부가 적자다. 지난해 3분기보다는 1.7%포인트 하락했지만 2년 전 49.7%와 비교하면 6.3%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먹거리 물가 부담이 상당하다. 3분기 기준 1분위 가구 소비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식품류·비주류음료 항목 지출은 고물가 영향으로 지난해에 비해 2% 늘었다.
소득 감소 속에 이자 부담은 더 늘어나면서 생계를 짓누르는 형국이다. 3분기 1분위 가구 이자비용은 평균 2만4541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 이자비용이 40% 가까이 늘었지만 처분가능소득 대비 흑자율은 40.8%에 달했다. 형편이 어려워 통신요금과 교육비까지 줄이고 있는 1분위 가구가 체감하는 이자비용 부담이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동절기로 접어들면서 저소득층의 적자 살림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겨울철 1분위 가구는 가처분소득 중 평균 13%를 난방비로 지출하고 있다. 2~6% 수준인 2~5분위 가구에 비해 월등히 높다. 정부가 올 4분기 전기·가스요금을 동결했지만 지난 2년간 국제 유가 상승 등 영향으로 요금이 차곡차곡 오른 터라 올겨울도 난방비 지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선거철을 앞두고 인프라 투자 확대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같은 법안들이 많이 나오지만 저소득층을 위한 법안은 눈에 띄지 않는다"며 "경기 진작을 위한 금리 조정은 고물가 기조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저소득층 대상 금리 완화 등 사회복지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