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1일부터 흑연 수출 통제에 나선 가운데 미국도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본격적인 수순에 돌입했다.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자원 무기화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전기차·배터리·반도체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위기에 놓였다.
지난달 3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12월 1일부터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 핵심 원료인 흑연 수출 통제를 시행한다. 자국 중심의 공급망 강화와 미국 등 서방 진영에 대한 견제 의미가 담긴 복합적 포석이다. 중국은 고순도 천연흑연을 수출 통제 품목에 포함하고 나라 밖으로 보내려면 사전 허가를 받도록 했다.
미국도 즉각 맞대응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외국 우려기업(FEOC)에 대한 세부 규정을 1일(현지시간) 발표할 예정이다. 우려기업이 생산한 부품·광물을 사용하면 최대 7500달러 규모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한다는 게 골자인데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읽힌다.
정부는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가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이날 민관 합동 흑연 공급망 점검회의를 개최하는 등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는 3~5개월치 재고를 확보해 놓은 상황이다. 중국의 이번 규제가 완전 통제가 아닌 허가제라 향후 재고 확보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배터리 3사에 흑연을 수출하는 중국 기업이 당국에 허가서를 제출하면 이중 용도(군용) 여부를 살핀 뒤 허가를 내주는 식이라 앞으로도 큰 무리 없이 재고를 확보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상무부와 협의해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며 "자원 협력국과의 공동 기술 개발 등을 통해 특정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가겠다"고 부연했다.
다만 관련 업계의 긴장감은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둔화로 배터리 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중국발 규제로 업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미 수출 통제 중인 갈륨·게르마늄 등 반도체 소재까지 포함해 미·중 갈등에 따른 자원 무기화가 가속화할 경우 가뜩이나 먹구름이 낀 내년 한국 경제에 추가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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