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은행권 성과급이 전년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은행권이 노조와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진행 중인 가운데 전년보다 줄어든 금액 선에서 관련 논의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은행권은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 속에 어쩔 수 없다면서도 내심 아쉬움을 토로하는 모습이다.
4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등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은행별 노조들은 사측과 '2023년 임단협'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인 노조들 사이에선 올해 성과급이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들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은행권 노조 관계자는 "임금 인상률은 물가 상승분 등을 감안해 노사 간 협상으로 어느 정도 절충안을 따르는 체계가 갖춰져 있는 반면 성과급은 대손충당금·희망퇴직금 등 유동적인 상황 등을 고려해 관련 합의가 이뤄지곤 한다"며 "특히 올해에는 상생기금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관련 금액 책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올해 횡재세 도입 논의가 이뤄지는 등 전년 대비 크게 하향된 수준에서 성과급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올 초 이미 10조원 규모 상생지원안을 도출했음에도 추가적인 관련 기금 마련에 나서고 있어 평년 대비 성과급 차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고금리 기조에 따른 경기 침체 국면 속에 대손충당금 부담이 더해진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5대 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충당금 규모는 8조68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61.6%(3조3194억원)나 증가했다.
금융권은 5대 금융지주 중 순익과 성과급이 가장 높은 KB금융 임직원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5대 금융지주 중 KB금융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4조3704억원으로 가장 컸으며 △신한금융 3조8183억원 △하나금융 2조9779억원 △우리금융 2조4380억원 △NH농협금융 2조450억원 순이었다. 아울러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은행 중 성과급이 가장 많은 곳 역시 KB국민은행(4807만원)이었고 다음으로 우리은행(3534만원), 하나은행(2782만원), NH농협은행(2449만원), 신한은행(1975만원) 순이었다.
금융권 일각에선 은행권 임직원 사기가 크게 저하될 것이라는 목소리와 함께 해외 대비 성과급 규모가 현저히 작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은행 임원 보수는 평균 4억1000억원 규모였으며 이 중 51.4%가 성과 연동 보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은 평균 보수 520만4000달러(약 67억원) 중 69%를 성과 보수로, 영국은 249만 파운드(약 41억원) 중 26.3%를 성과 보수로 지급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유경제 체제에서 목표 달성에 따른 성과급 지급은 시장의 순리 임에도 은행을 공공재로 여기며 성과급을 마치 국가 예산처럼 때에 따라 줄이려 하는 당국의 압박 행보가 아쉬움을 남긴다"며 "여기에 올 초 은행권 개선 TF 등을 통해 성과보수체계 개선 등 논의도 이뤄진 바 있어 내년 관련 실행안이 구체화돼 성과급에 대한 제한이 커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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