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강국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우리나라에서는 디지털 지갑, 태그 결제, 커피숍 키오스크 무인 결제와 같은 디지털 도구들이 이미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시범 적용 단계인 바리스타 로봇이나 태그할 필요도 없이 지나가기만 하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대중교통 결제 시스템도 조만간 상용화될 조짐이다.
농업 생산 측면에서 스마트팜 등을 통해 디지털 농정이 실현되고 있다면 농정 집행 측면에서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농정의 디지털화에 앞장서고 있다.
농관원은 농업인과 소비자 모두를 아울러 국민과 최접점에서 소통해야 하므로 거의 모든 업무에 ICT를 기반으로 하는 30여 개 업무 정보시스템을 도입해 방대한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지속적인 정보시스템 개선을 통해 농업인과 소비자를 포함한 국민이 농식품 인증이나 안전성 관련 제도 등을 활용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하고 자격이 있음에도 정책 수혜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챙기고 있다.
2017년부터는 드론을 농업경영체 등록 농지와 공익형 직불금 신청 대상 농지에 대한 적합성을 확인하는 데 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농지 형상 식별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담당자가 필지별로 항공사진의 연도별 변동 사항을 일일이 확인해 공익직불금 신청 대상 농지 중 부적합 우려 농지를 변별하던 것을 AI가 학습을 통해 자동 식별해서 업무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일 수 있게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농관원을 이를 내년부터 현장 점검에 본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최근에 발생한 지자체 행정시스템 장애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 잠시의 방심으로도 디지털 강국 위상은 무너질 수 있다. 어떤 분야건 디지털화에 있어 철저한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하는 이유다.
농관원은 올해 개인정보 보호 수준 정량평가에서 농업 관련 기관 중 유일하게 만점을 받았고 해킹, 전산망 침투 등 사이버 위협 대응 훈련에서도 전체 19개 농업 관련 기관 중 최고점을 받아 디지털 정부 위상을 유지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다.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뒤처지고 그 흐름을 주도하지 못하면 소멸할 수도 있다.
약 20년 전 미국 유학 시절 초반에 휴대폰을 가지고 있지 않아 주로 집 전화 자동응답기와 이메일을 유일한 소통 수단으로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휴대폰이 없다고 해서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을 느끼지는 못했다.
최초의 스마트폰이라고 불리는 IBM ‘사이먼’이 1992년에 처음 등장했지만 PC 기능을 넘어선 진짜 최초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이 등장한 것은 2007년이다. 이후 진화를 거듭하면서 지금처럼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세상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이며 불과 십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이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2007년 아이폰 등장으로 노키아가 일순간 무너진 사실은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면 나락으로 갈 수도 있다는 반면교사다.
우리 일상에 스며든 쿠팡의 새벽배송, 당일배송은 몇 년 전 등장했을 당시 물류업계의 혁신이었다. 쿠팡의 퀵커머스가 시장에 나온 이후 옥션, 지마켓과 같은 전통적 이커머스 기업이 대기업에 흡수되는 등 시장이 재편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쿠팡이 주도하는 퀵커머스 시장이 등장한 후 곧바로 마켓컬리, 대형마트에서도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면서 배송 경쟁이 격화되고 있고 시장 포화 상황에서 일부 기업들은 후발 주자로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고도 한다.
농업 분야도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에 발맞추지 못한다면 농업 소멸의 길로 갈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디지털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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