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 아이폰 고의 성능 저하' 의혹과 관련해 애플을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내고 1심에서 패소한 소비자들이 항소해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국내에서 관련 의혹에 대해 애플 측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서울고법 민사12-3부(박형준 부장판사)는 6일 아이폰 이용자 7명이 애플인코퍼레이티드와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애플이 각 원고에게 7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2017년 애플이 아이폰 일부 모델 운영체제(iOS)를 업데이트하면서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배터리 사용 기간에 따라 CPU 성능을 낮추도록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애플이 같은 해 "아이폰6·6S·SE에 갑작스러운 전원 차단을 막고자 성능 저하 기능을 도입했다"고 인정하자 전 세계에서 소송이 빗발쳤다.
1심은 지난 2월 이용자 6만2806명이 원고로 참여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들 중 증거가 비교적 명확했던 7명이 참여한 2심에서는 원고 승소로 판결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업데이트로 인한 훼손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업데이트로 인해 예상되는 문제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 선택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원 꺼짐 현상 방지를 위한 목적이라 해도 그 방식이 아이폰 CPU·GPU 성능을 일부 제한했던 이상 애플로서는 아이폰 소비자들에게 업데이트 설치 여부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고지할 의무가 있었다"며 "소비자들은 선택권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애플코리아에 대해서는 iOS 업데이트 개발·배포에 관여하지 않아 고지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원고 측을 대리한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iOS 업데이트와 관련해 판결로 애플 측 책임이 인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판결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애플 같은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데 각국 소비자를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며 상고 의지를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