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 사건으로 기소된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가 무죄를 확정받은 것에 대해 김씨의 유족이 대법원판결을 규탄했다.
김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이날 선고 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이 현장을 잘 몰랐다면 그만큼 안전에 관심이 없었단 증거 아니냐"라며 "그런데도 무죄라고 한다면 앞으로 다른 기업주들은 아무리 많은 사람을 안전 보장 없이 죽여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과 정부 기관이 수십년간 이해관계로 얽혀 사람의 중함은 무시된 채 목숨조차 돈과 저울질하게 만든 너무도 부당한 사회를 만들어 놓았다"며 "거대 권력 앞에 무너지는 사람들의 인권을 찾기 위해 이 길에서 막힌다 해도 또 다른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렸고,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에는 대법원을 바라보며 "용균아, 미안하다", "대법원은 당장 용균이에게 잘못했음을 인정해라"고 외치기도 했다.
김씨 유족을 대리한 박다혜 변호사는 "구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하든 개정법을 적용하든 충분한 증거와 법리가 갖춰져 있는 사건임에도 법원은 위탁 계약과 원·하청 관계란 형식에 눈이 멀어 그 실체를 보지 못했다"며 "오늘 대법원 선고는 그저 법원의 실패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용균 특별조사위원회에서 활동한 권영국 변호사는 "수십년간 대한민국이 산재 사망률 순위 최상위권을 달릴 수 있었던 이유는 기업의 문제도 있지만, 법원이 깃털과 같은 판결을 해왔기 때문이란 사실임을 오늘 대법원판결이 그대로 드러내 줬다"며 비판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표에 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백남호 전 한국발전기술 대표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되는 등 관계자 10명과 한국발전기술 법인은 유죄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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