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은 2018년 선두를 달리던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과 일본 파나소닉을 따라잡으며 전기차 시장을 제패하게 됐다. 사실 2010년 초·중반대까지만 해도 세계 배터리 시장은 한국과 일본이 점령하고 있었다.
'배터리 킹'의 출현은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CATL과 BYD가 배터리 시장을 석권하기까지는 일본 기업과의 오랜 공생 관계가 있었다.
CATL의 정체성은 일본 기업서?

CATL 설립자 쩡위췬은 TDK의 홍콩 자회사 직원이었다. 그는 입사 후 10년이 흐른 1999년 동료 둘과 함께 휴대폰 배터리 회사를 창업하는데, 이 회사가 바로 CATL의 전신인 ATL이다.
그사이 쩡위췬은 무게추가 스마트폰에서 전기차로 기울고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2011년 다시 창업 바닥에 뛰어들며 만든 회사가 CATL이다. 이때도 친정인 TDK가 등판한다. CATL의 지분 15%를 획득하며 쩡위친에 힘을 실어준 것. 당시 ATL의 기술 인력이 CATL로 많이 넘어가기도 했다. 쩡위친은 회사 이름도 기존 ATL 앞에 '동시대'라는 뜻을 가진 'Contemporary'의 'C를 붙이며 회사의 정체성이 TDK에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CATL의 IR자료에 따르면 TDK와 CATL의 지분 관계는 정리된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업계는 중국 정부의 규제를 피하고자 숨겨 놨을 뿐, TDK가 우회적으로 CATL의 지분을 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TDK는 지금도 CATL로부터 기술 로열티를 받고 있고, 자회사인 ATL를 이용해 CATL과 배터리 합작사를 세우기도 했다.
양사의 관계는 '윈윈 전략'이라는 평가다. CATL과 같은 중국 기업은 배터리 종주국인 일본의 원천 기술을 이용하고, 일본 업체로서는 CATL 등을 통해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어서다.
BYD의 '일본 활용기'

2020년 4월 BYD는 도요타와 함께 중국에 합작사를 만들었다. 이 회사는 BYD 토요타 EV 테크롤로지(BYD TOYOTA EV TECHNOLOGY·BTET)로 전기차 및 배터리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BYD는 원소재 직접 조달과 배터리 자체 생산 등 일찌감치 수직계열화에 나선 덕에 저가에 전기차를 만드는 데 능했지만 도요타로부터 품질을 확보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BYD는 과거 2012년에는 품질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창업자이자 현 CEO인 왕찬푸가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 사과할 정도였다.
BYD 역시 휴대폰용 배터리를 만들던 회사였다. 왕촨푸 CEO 역시 전기차 시대의 도래를 예견했고, 2003년 시안친촨기차(西安秦 川氣車)를 인수했다. 그리고 '일본차 베끼기'로 내연기관차를 먼저 만들기 시작했다.
콧대 높고, 폐쇄적인 일본으로선 중국과의 협업은 있을 수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도요타는 중국 시장에서 재기할 기회가 절실했고, 외국인투자 기업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 기업과 손을 잡아야 했다.
일본차는 세련된 디자인에 연비까지 좋아 한 때 시장 점유율이 50%에 달할 정도로 중국에서 인기가 높았지만 전기차 개발에서 뒤처지면서 지난해 점유율은 20%가 채 되지 않았다.
'카피캣'서 배터리 '거인'으로
'카피캣'으로 성장한 중국은 이제 안방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에서 "중국 배터리 거인(China’s Battery Giants)이 자국 내 대규모 시장에서 자리를 굳히고 세계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며, 서방의 경쟁 기업들이 방어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특히 이들 기업은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피해 유럽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배터리와 소재 부문에 2000억 위안(36조원) 이상의 해외 투자를 발표했고, 이 중 80% 이상이 유럽 관련이다.
CATL은 유럽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기 위해 헝가리에 77억 달러 (10조원) 상당을 투자할 계획이다. 헝가리는 EU 내에서 중국에 우호적인 국가 중 하나며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하다.
![BYD 전기차 SEAL의 주행 모습 [영상=BYD]](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3/12/12/20231212151959598341.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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