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가장 싼 튀르키예로 '온라인 망명'하려고요···."
한국에 사는 윤나희씨(가명·22세)가 별안간 이민(?)을 결심한 이유, 바로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 때문입니다. 지난 3년간 프리미엄 서비스를 월 구독료 1만450원에 제공해 온 유튜브는 이번에 무려 42.6%나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는데요.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 이용자들은 갑자기 커진 구독료 부담에 금액이 적은 국가로 IP 계정을 바꾸는 이른바 '유튜브 망명'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12일 OTT업계에 따르면 유튜브는 최근 월 이용료를 내면 △광고 없이 영상 시청 △백그라운드 재생(화면을 내린 채로 재생) △유튜브 뮤직 △오프라인 저장 등 기능을 쓸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 구독료를 인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20년 9월 이후 3년 만의 인상으로, 월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약 43%의 인상폭입니다. 3년 전에도 20%라는 적지 않은 인상 폭으로 말이 많았는데, 이번엔 그 두 배가 넘습니다. 다음 달부터 갤럭시 등 안드로이드 기반 이용자는 구독료 1만4900원을 지불하게 되고, 아이폰 IOS 이용자는 애플 인앱결제 수수료를 적용해 무려 ‘1만9500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한 달에 무려 2만원을 내는 셈입니다.
유튜브 측은 가격 인상 명분으로 '서비스 품질 개선', '창작자 보상 강화' 등을 들었습니다. 가격 인상으로 우수한 서비스와 기능을 제공하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용자들은 이 같은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모양새인데요. 심지어 이 참에 그간 암암리에 이뤄져온 ‘편법 온라인 망명’을 대놓고 하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너 같으면 2만원 다 주고 하겠냐?" "유튜브 우회 가입 어디가 가장 싼가요?"
사실 월 구독료 1만450원 시절에도 유튜브 편법 계정 우회는 공공연히 있어 왔습니다. 한 달에 1만원 남짓. 1년 12개월 12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청소년, 대학생, 사회 초년생을 중심으로 해외 서버를 우회해 유튜브 계정을 이용하는 편법이 이뤄지고 있었죠.안 그래도 고물가인 시대에 통신비처럼 고정 비용으로 여겨지는 넷플릭스 등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요금 줄인상과 더불어 유튜브까지 이용료가 폭증한다고 하니 불만이 더 커지는 듯합니다. 이 때문에 2030세대를 중심으로 구독료가 2600원대에 불과한 튀르키예나 3100원대인 아르헨티나로 IP를 옮기는 방법을 찾고, 또 공유하는 경우가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소비자들의 '디지털 망명' 행위는 유튜브 이용 약관상 명백한 계약 위반입니다.
유튜브는 유료 서비스 이용 약관에 "'유료 서비스' 또는 '유료 서비스'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의 액세스 또는 제공 여부에 관한 제한을 우회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데 동의합니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에 유튜브는 국적 변경을 통해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이용자를 제한할 수 있죠.
하지만 일각에선 유튜브의 이용자를 상대로 한 일방적인 가격 인상 통보와 부족한 배경 설명이 결국 이용자들의 약관 위배 행위를 야기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튜브 프리미엄은 다달이 결제해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심리적인 부담이 큰 구독 서비스"라며 "IP를 우회하는 등의 방법을 찾아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또 소비자 입장에선 유튜브 측이 제시한 가격 인상의 명분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분석했는데요. 이 교수는 "가격 인상에 따른 근거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해 소비자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가격 인상으로 어떤 서비스가 어떻게 개선돼 이용자에게 돌아오는지, 창작자에게는 어떤 보상으로 지원되는지 상세히 명시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국내 유튜브 홍보를 전담하는 업체 관계자 측은 유튜브 해외 계정 우회에 대한 대응 방침에 대해 "아직까지 별도 입장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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