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오후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함께 벨트호벤에 위치한 반도체 장비기업 ASML 본사를 방문했다.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특정 기업의 본사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과 알렉산더르 국왕은 ASML에 도착한 직후 양국 정상의 동반 방문을 기념하는 문구가 새겨진 웨이퍼에 서명했다. 이어 ASML과 협력 관계에 있는 한국, 네덜란드, 유럽의 주요 반도체 기업, 기관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ASML(네덜란드, 노광장비), ASM(네덜란드, 증착장비), Zeiss(독일, 광학시스템), IMEC(벨기에, 반도체 연구기관)의 대표들이 참석했다.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와 네덜란드 외교부는 최첨단 반도체 생산장비를 활용해 양국 대학원생에게 현장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한·네덜란드 첨단반도체 아카데미' 신설 협력 MOU를 체결했다. 내년 2월 네덜란드에 첫 교육이 시작된다.
ASML은 삼성전자와 함께 1조원을 투자해 차세대 극자외선(EUV) 기반으로 초미세 공정을 공동 개발하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센터' 한국 설립 MOU를 체결했다. ASML이 반도체 제조기업과 공동으로 해외에 제조 공정 개발 R&D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최초의 일이다.
SK하이닉스는 ASML과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개발 MOU'를 체결했다. EUV 장비 내부의 수소를 태우지 않고 재활용할 경우 전력 사용량은 20% 줄어들고, 연간 165억원의 비용이 감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간담회를 마친 윤 대통령은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의 안내를 받아 외국 정상으로는 최초로 '클린룸'을 방문해 차세대 EUV 노광장비 생산현장을 둘러봤다.
한국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제조 강국이지만 그 외 비메모리‧설계‧장비 등에서는 아직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네덜란드는 첨단반도체 혁신생태계 구축에 성공했고 장비 분야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위상을 갖고 있다. 대통령실은 양국 간 '반도체 동맹'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SML 방문에 앞서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이 주관하는 공식 환영식에 참석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 희생자를 기리는 전쟁기념비에 헌화한 뒤 왕궁으로 자리를 옮겨 국왕 내외와 친교 오찬을 했다.
ASML 방문 이후에는 왕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1961년 양국 수교 이래 최초 국빈 초청에 감사하다는 뜻을 표하고 반도체·원자력·디지털 등 미래 산업 분야 최적 파트너로서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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