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슈퍼乙' ASML과 MOU '날개'…반도체 시장 경쟁력 높일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 네덜란드 순방에 합류해 반도체 장비업계 '슈퍼을(乙)'로 불리는 ASML을 찾았다. 이번 방문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네덜란드·ASML과 총 3건의 반도체 분야 협력 MOU를 체결, 격화되는 글로벌 초미세공정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13일 이 회장과 최 회장은 네덜란드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과 ASML 본사와 클린룸을 방문했다. 정부는 이날 △인재 양성을 위한 한·네덜란드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 신설 △삼성전자-ASML,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센터' 한국 설립 △SK하이닉스-ASML,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개발' 등 3건의 MOU가 체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ASML은 함께 1조원을 투자해 R&D센터를 설립, 차세대 EUV 기반 초미세 공정을 공동 개발한다. SK하이닉스는 ASML과 수소가스를 활용한 기술을 개발, 전력 사용량 감소로 인한 비용 감축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도출된 3건의 MOU 체결은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협력 주춧돌이 될 전망이다. 

ASML은 반도체 초미세 공정의 핵심 장비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이다. 노광 공정은 미세하고 복잡한 전자회로를 반도체 웨이퍼에 그려 넣는 기술로, EUV 노광장비를 활용하면 짧은 파장으로 세밀하게 회로를 그릴 수 있다. 특히 7㎚(1㎚=10억분의1m) 이하 초미세 공정에는 EUV 노광장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즉, EUV 장비 확보가 곧 제조사의 생산 능력 및 수율과 직결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장비업체가 '을'로 불리지만 ASML이 '슈퍼을'로 통하는 까닭이다.

첨단 반도체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EUV 노광장비 수요도 급증하고 있으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EUV 노광장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와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EUV 장비 조달이 시급하다. 

현재 ASML이 생산하는 EUV 장비의 대부분이 TSMC로 공급되는 실정이다. 업계 추산 EUV 노광장비 보유 대수는 삼성전자가 약 40대, TSMC는 약 100대 이상이다. 이를 발판 삼아 TSMC는 파운드리 시장 내에서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점차 벌리고 있다. 현재 고급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66%, 삼성은 25%다.

그간 TSMC와 삼성전자가 양분했던 파운드리 시장에 인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참전하면서 EUV 장비 확보전은 격화될 전망이다. EUV 장비 조립에만 수개월이 걸리는 데다 1년에 만들 수 있는 수량이 한정돼 있어, 국내 기업들이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선 ASML과의 협력이 필수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내년으로 예상되는 반도체 업턴을 겨냥해 반도체 제조사 간 경쟁이 한창이다. 대대적인 시설 투자가 단적인 예다. 삼성전자는 2025년 차세대 하이-NA EUV 물량 5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고, SK하이닉스는 2025년까지 4조7500억원 규모에 달하는 ASML 장비를 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텔은 오리건 반도체 공장에 차세대 EUV 장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며, TSMC는 2025년 애리조나 팹 오픈을 앞둔 상태다.

이에 삼성과 SK는 그간 ASML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삼성전자는 2012년 ASML 지분을 소유했다 최근 일부 매도했는데 업계에서는 ASML 장비 투자에 해당 금액을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재용 회장이 직접 2020년과 지난해 6월 ASML을 방문하는가 하면 작년 11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공식 방한했을 당시에도 피터 베닝크 ASML CEO와 차담회를 했다. 최태원 회장도 지난해 11월 차담회 자리에 동석해 반도체 사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5년 ASML 본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첨단반도체 협력 협약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윤 대통령,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