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공사하고도 못 받은 돈 25조원 넘었다···업황 악화에 재무 리스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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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3-12-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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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대 건설사들이 공사 하고도 못 받은 돈이 2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각종 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치솟으면서 예상보다 공사비가 많이 들어간 데다 지방의 미분양이 늘어나는 등 업황 악화로 자금 확보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에도 건설경기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건설사의 재무 리스크도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10위 건설사 중 분기보고서를 내지 않는 호반건설을 제외한 9개사의 지난 9월 말 기준 각종 미수금과 미청구공사비 합계는 25조39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23조2661억원과 비교하면 9개월 만에 2조1255억원(9.14%)이 늘어난 규모다.

세부적으로 장기미수금 공사·분양미수금 등을 합산한 각종 미수금 규모는 지난해 말 10조3305억원에서 올해 9월 말 12조920억원으로 1조7655억원 늘었다. 이 기간 현대건설,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 3개사는 미수금을 줄였으나 나머지 건설사의 미수금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공사가 완료된 이후에도 발주처의 자금 지급이 지연되고 있는 '공사미수금'이 눈에 띄게 늘었다. 실제 올해 삼성물산과 GS건설의 공사미수금은 이 기간 각각 1조2362억원과 5701억원 늘어났다.

또 미청구공사 규모도 늘어났다. 재무제표상 미청구공사비는 건설사가 발주처로부터 아직 청구하지 못한 공사 금액을 의미한다. 보통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거나 공사 기간이 길어져 예상보다 더 많은 공사비가 먼저 투입됐을 때 발생하게 된다. 미청구공사비는 이후 청구한 결과 발주처와 견해 차이가 크다면 손실로 굳어질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공사미수금보다 훨씬 불확실성이 큰 항목으로 분류된다.

지난 9월 말 기준 10대 건설사의 미청구공사비 합계는 13조2997억원으로 지난해 말 12조9356억원 대비 3641억원 늘었다. 삼성물산과 GS건설만이 미청구공사비를 줄였고,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의 미청구공사비는 올해 각각 1조3801억원과 5084억원으로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각종 미수금과 미청구공사비가 늘어난 것은 우선 올해 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크게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올해 시멘트·레미콘사가 원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각각 인상을 단행하면서 시멘트·레미콘 가격이 20%가량 상승했다. 아울러 지난해 임단협 결과 올해 인건비도 10% 이상 올라가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지방에 미분양이 늘어나는 등 건설 업황이 악화돼 공사 발주처가 돈을 벌지 못해 미수금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실제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 규모는 지난 9월 말 기준 9513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7518가구 대비 9개월 만에 1995가구(26.54%)가 늘어난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내년에도 건설 업황 악화가 예상돼 각종 미수금과 미청구공사비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로 건설사의 재무 여력이 악화된 상황에서 미수금과 미청구공사비가 늘어나면 재무 리스크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수주 산업을 영위하는 건설사 입장에서 일을 해주고도 돈을 못 받게 되면 치명타"라며 "일거리가 줄어드는 와중에서도 돈을 받지 못할 것 같은 일거리를 구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공사 현장 사진박새롬 기자
서울 시내 한 공사 현장 [사진=박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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