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건설사들의 부도와 유동성 위기설이 지속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대한 시장 긴장감이 증폭되고 있다.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역시 연일 상승세다. 이에 금융당국은 PF 사업장 재평가와 충당금 추가 적립 등을 통해 부실이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당국이 한계기업에 '자기책임 원칙' 적용을 강조,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7일 금융권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이달 광주광역시 소재 해광건설과 경남 창원 소재 남명건설이 최종 부도 처리됐다. 만기가 도래한 어음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증권가에서는 도급순위 16위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설 등이 제기됐다. 부동산 PF 우발채무가 11월 말 기준 2조5000억원 수준까지 급증하며 관련 우려를 키웠다. 우발채무는 현재 채무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가까운 장래에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하면 채무로 확정될 가능성이 있는 채무다. 국내 일부 신용평가사들은 PF 우발채무 부담이 과중하다며 올해 상반기 태영건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강등한 바 있다.
금융권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분양 적체 등 부동산 시장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PF 차환 리스크가 커진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근 PF 사업장 재평가와 충당금 추가 적립 등을 강조하고 있다. 그간 대주단 협약을 통한 만기 연장으로 부동산 PF 부실을 이연해왔지만, 한계기업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2일 "사업성이 미미한 사업장이나 재무적 영속성에 문제가 있는 건설사·금융사의 경우에는 시장원칙에 따라 적절한 조정·정리, 자구노력, 손실부담 등을 전제로 자기 책임 원칙의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4일에 열린 ‘금융 상황 점검회의’에서도 "향후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며 "금융사로 하여금 엄정한 사업성 평가를 반영해 건전성을 분류하고 보수적 시나리오에 기반해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토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당국이 사실상 부실 사업장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겠다는 신호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한계기업에 자기책임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사업 진행 속도가 더디거나 만기 연장만 계속되는 사업장에 대해 앞으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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