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가 조직 부패 척결을 위한 방향을 구체화했다. 정신아 차기 대표 내정자는 직접 소통에 나서 경영 쇄신 의지를 밝혔고, 준법·윤리경영 관련 외부 기구도 첫 회의를 진행했다. 그간 카카오를 좌우했던 관성을 완전히 털어내고 외형 성장에 걸맞은 강력한 준법경영 체계를 정립하겠다는 목표다.
정 내정자는 18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카카오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최근 카카오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취임과 동시에 강력한 조직 쇄신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가 대면 소통에 나선 것은 대표이사로 내정된 후 처음이다.
이날 열린 제8차 비상경영회의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만난 정 내정자는 "주어진 시간 속에서 적기를 놓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쇄신 전담팀(TF)은 물론 직원(크루)들 얘기도 폭넓게 들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 고민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다음 달부터 직원들을 소그룹으로 나눠 여러 차례 만나 의견을 청취하고 소통할 예정이다.
쇄신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도 쇄신에 대해 특별히 당부하는 말을 전했다"며 각별한 의지를 시사했다. 그는 조직 쇄신 외에도 카카오가 인공지능(AI)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는 과정 등을 이끌게 된다.

같은 날 오후 카카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 감시 외부 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는 서울 강남구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위원장인 김소영 전 대법관은 "카카오를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은 최근 몇 년 새 우려와 비판으로 바뀌었다"며 "카카오 안팎으로 수많은 문제가 불거지며 국민에게 실망을 안긴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 원인이 카카오에 있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창업자인 김범수 센터장을 비롯해 임직원, 노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목소리를 직접 듣고 준법 체계를 정립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위원회 존립 목적은 단순 위기 극복이 아닌 근본적 원칙 마련에 있다는 뜻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카카오가 앞으로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준법과 내부통제 틀을 잡을 것"이라며 "준법·신뢰경영 원칙이 잘 정착하도록 운영 점검도 성실히 해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카오노조는 이날 오전 판교아지트에서 3차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러한 사측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먼저 강력한 인적 쇄신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봤다. 특히 이번 위기를 촉발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들에 대한 조사와 사퇴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회사 쇄신안에 대한 직원 참여도 재차 요구했다.
서승욱 카카오노조 지회장은 "다음 달 김범수 쇄신위원장과 (정신아) 카카오대표 내정자가 직원들과 추가 간담회를 실시하겠다는 내용이 공유됐다"며 "단순 간담회를 넘어서 직원들에게 쇄신위 참여를 보장해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