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신임 러시아 주한 대사는 한국 기업들이 유망한 러시아 시장을 자발적으로 떠났다며, 서방 주도의 대러 제재에 희생됐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지노비예프 신임 대사는 18일(현지시간) 공개된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여러가지 대러 제재에 동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러 관계를 단절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이 미국 주도의 대러 제재에 동참한 것과 관련한 기자 질문에 "한국이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국가들의 나쁜 무리 속에 빠졌다"면서도 "그것이 (한국의) 자유 의지에 기인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2022년 2~3월에 한국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 중 하나로써 금융 및 수출 분야에서 취해진 대러 제재에 참여했지만, (제재) 참여를 가능한 최소화했다"며 "안타깝게도 이후 경제적 영역에서 양국 간 부정적 탈동조화의 동력이 가속화됐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새해에는 좋은 방향으로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며 "나는 이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러시아가 대 한국 관계에 있어 흑백 논리가 아닌 유연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국들 중 가장 우호적 국가 중 하나"라고 간주한다고 전했다. 특히 "러시아와 한국은 수교 이후 30여년간 정치적 문제가 없었다"며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 균형적이고 건설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당사자들이 현안을 해결하는데 있어 상호 수용 가능한 정치적, 외교적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사는 지난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이후 높아진 러시아-북한 협력 관계에 대한 질문에는 "미국과 그 동맹들이 제기한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기술 협력 의혹은 근거가 없고 실체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러시아는 잘 알려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안을 포함해 국제적 의무를 책임감 있게 준수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것들이 우리가 북한과의 오랜 우호 및 협력 관계를 발전하는 것을 가로막지는 못한다"고 부연했다.
대사는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가능성에 대해서는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한국의 접근 추이를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군사 장비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무모한 결정에 대해서는 경고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우리는 젤렌스키 정권에 대한 한국의 군사 지원 방식이 앞으로도 변함 없기를 희망한다"며 "한국의 법은 분쟁 지역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우리의 한국 파트너들이 서방과 미국이 주장하는 러시아의 전략적 패배 목표와 러시아의 항복을 수반하는 소위 '젤렌스키 행복 해법'을 공유한다고 믿기는 어렵다'며 "나는 한국인들이 오랫동안 그래왔던 바와 같이 러시아를 우호적인 이웃 국가로 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인) 2022년까지만 해도 한국산 자동차와 가전 기기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주요 위치를 차지했으나 이후 '중국산' 제품들에 밀린 것을 묻는 기자 질문에는 "한국이 대러 제재에 동참한 것은 양자 무역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짚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2022년에 양자 간에 사상 최대 규모인 305억 달러의 무역이 행해졌다. 다만 올해는 2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서울은 여전히 우리의 중요한 무역, 경제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의 자동차 및 가전 브랜드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그들은 러시아에서 매우 인기가 있었으나 유망한 러시아 시장을 자발적으로 떠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난 수십년간 러시아에서 '넘버1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한국 기업들이 노력했던 것이 서방의 기회주의적인 지정학적 이해 관계에 희생됐다"며 "우리는 한국 기업들이 공식적으로 러시아 철수를 선언하지 않았고, 우리에게 돌아올 기회를 남겨 두기 위한 옵션을 찾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수년전 러시아 내에서 일었던 한류 및 한국어 붐과 인도주의적 교류를 묻는 기자 질문에 대해서는 "문화, 인도주의적 및 학계, 청년 교류와 협력은 제재에 가장 영향을 적게 받은 분야"라며 "문화와 인도주의적 분야는 복잡한 러시아-한국 관계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양국 국민들을 서로 가깝게 이끌면서 다양한 영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1967년생으로 올해 57세인 지노비예프 대사는 중국 유학 경험이 있는 동아시아 전문가로 한국과 북한, 중국, 몽골을 담당하는 제1아주국 부국장(2012∼2016년)과 주중국 러시아대사관 참사관(2016∼2018년), 제1아주국장(2018∼2023년)을 지낸 후 이달 초 주한대사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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