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노동 행태가 목표소득(준거점) 달성 여부에 따라 엇갈린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를테면 목표 어획량을 채우지 못한 어업인들은 추가 조업 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반면 목표 어획량을 달성했다면 추가 근무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장려 정책의 실질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근로자가 희망하는 '목표소득'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20일 한국은행은 'Does the Target Matter? Evidence from Labor Supply Decisions of Fishermen(어부들의 노동공급 결정에 대한 증명)' 제하의 BOK경제연구 보고서를 통해 "목표소득 달성 여부에 따라 노동 장려 정책효과가 비대칭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이 미국 알래스카의 어업일지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어부들의 조업시간은 목표수준(어획량)에 따라 달라지는 양상을 나타냈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이슬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과장은 "목표치 달성 전에는 당초 계획보다 항해기간을 늘리면서 조업 업무를 이어가지만 목표를 달성한 뒤에는 근로자들의 조업 확률이 급감하는 '준거점(목표소득) 의존' 현상을 보였다"고 언급했다.
또한 목표소득을 기준으로 노동소득 한계효용 변화 수준을 측정한 손실 회피도(loss aversion) 조사에서도 2.5~3.4로 추정돼 소득의 절대값보다 상대적 수준이 노동 공급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개인 간 손실 회피 성향의 이질성을 허용하는 혼합 로짓 모형 결과에서도 표본 내 다수가 손실회피성향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한은은 노동 장려정책 설계 시 효과를 위해 목표소득 수준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미 목표소득을 누리고 있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추가 노동시간에 대해 더 큰 경제적 유인을 제공해야만 노동 공급 장려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측면에서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마련 중인 고용장려금이나 소득세율 조정정책과 관련해서도 근로자들의 목표소득 수준을 살펴 적용하는 방식으로 노동공급 촉진효과를 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최 과장은 "이번 연구의 중요성이 받아들여진다면 목표소득 수준에 대한 후속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해당 연구의 전제가 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근로자들의 손실회피성향은 정규직이나 일용직 등 직군을 가리지 않고 일반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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