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글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를 저작인격권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모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송씨는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한 기계항공 공학박사가 작성한 글을 자신이 쓴 것처럼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 47회 게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송씨가 '무단 복제', '저작자 허위표시', '저작인격권 침해' 등 총 3개의 위반 행위로 저작권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1심은 송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검찰이 적용한 저작인격권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저작인격권 침해죄는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원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수준까지 가야 하지만, 1심은 그렇지 않다고 봤다.
하지만 2심은 저작인격권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인정해 송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저작물에 대한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 등 저작인격권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러한 행위로 저작자인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됐기 때문에 저작인격권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죄는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저작인격권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며 2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게시한 저작물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마치 피고인의 저작물처럼 인식될 수 있어 피해자로서는 진정한 저작자가 맞는지, 기존에 저작물을 통해 얻은 사회적 평판이 과연 정당하게 형성된 것인지 의심의 대상이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저작자인 피해자의 전문성이나 식견 등에 대한 신망이 저하될 위험도 없지 않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의 저작인격권인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해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위험이 있는 상태를 야기함으로써 저작자인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저작인격권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죄의 판단 기준으로 '해당 행위로 저작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할 위험이 있는지'를 제시하면서 침해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침해 행위의 내용과 방식, 침해의 정도, 저작자의 저작물 등 객관적인 제반 사정에 비춰 저작자의 사회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행위인지를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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