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린이집을 평가한 후 등급을 내린 처분을 문서로 통지하지 않고, 홈페이지에 공표한 것은 절차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한 어린이집 원장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평가 인증등급확인 청구 소송에 관한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한국보육진흥원은 지난 2020년 4월 이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해 기존 A등급에서 B등급으로 강등했다. 이에 불복한 어린이집 측의 소명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같은 해 7월 보육진흥원 결론을 바탕으로 B등급 평가한 결과를 어린이집 정보공개 포털 홈페이지에 공표했고, A씨는 평가 등급 부여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평가 등급을 부여할 때 그 취지를 문서나 전자문서로 통지하지 않아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가 '행정청 처분은 다른 법령 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지 않은 한 문서로 해야 하며, 전자문서로 하는 경우 당사자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 행정절차법을 위반했다는 취지다.
복지부 측은 "영유아보육법과 그 시행 규칙에 정부의 어린이집 평가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표하도록 규정돼 있고, 이는 행정절차법에서 언급하는 '다른 법령 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해 형식상 하자가 없다고 반박했다.
1심과 2심은 A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복지부의 평가 등급 부여 처분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평가 등급은 학부모가 어린이집에 아동을 등원시킬지 여부 등을 결정하게 하는 요인"이라며 "문서나 전자문서의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은 평가 등급 부여 처분에는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은 영유아보육법과 시행 규칙이 행정절차법상 '다른 법령 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라고 인정해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정부의 어린이집 평가 등급 부여 결정은 외부에 표시됨으로써 행정 처분으로 성립한다"는 판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어린이집 평가가 신청한 곳을 상대로만 이뤄졌던 시기엔 영유아보육법 시행 규칙에 '문서 통지'에 관한 규정이 있었다가 모든 어린이집이 의무적으로 평가받도록 제도가 바뀌면서 해당 규정이 삭제됐다는 점도 판단의 사유로 들었다.
대법원은 "평가 결과를 개별 통지하는 규정이 삭제된 것은 보건복지부의 등급 부여 결정에 관해선 처분 방식을 특별히 '공표'로 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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