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당초 주민들이 잘 나오지 않는데, 최근 추위로 더욱 인적이 줄었어요."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27일 아주경제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후 취재진이 찾은 와룡공원 내 분위기는 썰렁했다. 지난주 한파에 이어 아직 덜 풀린 추운 날씨에 평소 공원을 찾던 인근 주민들의 발길도 뜸했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배우 이선균씨(48)는 이날 와룡공원 근처 노상 주차장에 주차된 자동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수습한 사고 현장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깔끔하게 비워졌다.
와룡공원 인근 상인 등의 말을 종합하면 경찰차와 소방차, 앰뷸런스(AMB) 등 수습 인력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사고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를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한 경찰은 곧장 현장 수습에 돌입했다. 현장 감식을 마친 이후 경찰은 이날 오후 1시께 이씨가 타고 있던 사고 차량을 견인한 뒤 철수했다.

이날 아주경제가 방문한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울대학교병원 내 이씨의 빈소도 한산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한 때 취재진이 몰리자 병원 관계자는 출입구 앞을 지키며 통제했다. 유족과 소속사 측 관계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유족과 지인들은 갑작스러운 비보에 말을 줄였다. 이날 장례식장 관계자는 취재진을 만나 "따로 유족이 원치 않는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빈소는 이날 오후 3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장례는 유가족과 동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하게 치러질 계획이다. 발인은 29일 오전으로 예정됐다. 이후 이씨는 전북 부안군 선영에 안장될 예정이다.
이씨의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내고 "이선균 배우가 세상을 떠났다"며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부디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억울하지 않도록 억측이나 추측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 및 이를 토대로 한 악의적인 보도는 자제해 주시길 정중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CNN과 AP 등 외신도 이씨 사망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외신들은 국내 보도 등을 인용해 이씨가 이날 차량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들 매체는 이씨의 대표작이자 2020년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작품상 등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에 출연한 점에 주목했다.
CNN은 "이씨는 '기생충'에서 박씨 집안의 아버지 박동익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며 "그는 '하얀거탑', '파스타' 등에서 찬사를 받았고, '닥터 브레인'으로 국제 에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AP통신도 "이씨는 2020년 오스카 작품상 외 3개 부문을 수상한 기생충에 출연했다"면서 "이 계급 풍자 영화는 당시 아카데미 92년 역사상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최초 비영어권 영화였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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