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인한 불안심리 확산을 막기 위해 시장 안정조치를 확대하고 건설투자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다. 이와 함께 대주주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전제로 채권단과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정부는 28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관계부처 합동 대응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태영건설의 높은 부채비율(258%)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3조7000억원) 규모 등을 지적하며 다른 건설사는 태영과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과도한 불안심리만 없다면 건설업 전반이나 금융시장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관련 사업장의 분양 계약자와 협력업체에 예기치 못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기관이 미리 마련해 놓은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우선 분양계약자가 입주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태영건설이 공사 중인 주택사업장 중 분양이 진행돼 분양계약자가 있는 사업장은 총 22곳, 1만9869가구다. 이 중 14개 사업장(1만2395가구)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에 가입된 상태여서 사업의 계속 진행이 가능하다. 사업 진행이 곤란한 경우에는 HUG 주택 분양 보증을 통해 분양계약자가 기존에 납부한 분양대금을 환급받을 수 있도록 한다.
협력업체에 대한 신속 지원도 이뤄진다. 태영건설은 현재 140건의 공사를 진행 중인데 수익성 검토 등을 거쳐 태영건설 또는 공동 도급사가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태영건설이 체결한 1096개의 하도급 계약 가운데 1057건(96%)이 건설공제조합의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가입 또는 발주자 직불 합의가 돼 있어 원도급사 부실화 경우 보증기관 등을 통해 하도급 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정부는 다른 PF 사업장 및 건설사 영향을 최소화하고 금융시장 안정화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워크아웃 신청으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건설사 발행 회사채와 건설사 보증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차환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하고, PF-ABCP를 장기 대출로 전환하기 위한 보증 프로그램도 증액한다.
권대영 금융위 상임위원은 "단기 시장 안정 프로그램 37조원을 포함해 전체 85조원 규모의 프로그램이 돌아가고 있다"며 "이 중 60조원이 잔여 재력으로 남아있어 필요하면 언제든지 자금 투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태영건설 대주주의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전제로 채권단과의 원만한 합의를 지원하겠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그동안 태영건설은 계열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소유 골프장 담보 대출 등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자구 노력을 해왔다. 채권단은 에코비트 매각, SBS 지분 매각 등을 두고 추가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워크아웃 신청으로 태영건설은 채권금융기관의 채권 행사가 중단되지만 협력업체 등 상거래채권은 정상적으로 지급된다. 태영건설은 당장 29일 돌아오는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에 대한 결제 이행을 약속한 상황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부동산 PF 시장의 질서 있는 연착륙 조치를 일관되게 추진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에 대한 종합지원대책도 추가로 수립, 발표할 것"이라며 "우리의 경제 규모와 위기관리능력이면 지금의 불안요인이 해소되고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