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금리 인하를 시사하자 작년 말께 시작한 글로벌 증시 활황(산타 랠리) 흐름과 정부가 단행한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 조치가 올해 국내 증권가에 훈풍을 불게 할 전망이다. 다만 연준의 실제 금리 인하 시기와 국내 증시에 작용할 중대 변수들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게 자리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증권가 분위기를 좌우할 5대 키워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불법(무차입) 공매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인수합병(M&A) △조각투자가 꼽힌다.
국내외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건설사와 금융사에 확산된 부동산 PF 사업이 세계 경기 침체 국면에서 부실 우려를 키워 왔다. 특히 자기자본 규모가 크고 사업이 다각화돼 있는 대형 건설사와 은행 등 제1금융권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재무 안정성이 불안한 중소형 건설사와 보험·증권사에 타격이 예고됐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 사업 관련 PF 보증 규모가 3조6000억원 규모(자기자본 대비 420%)에 달했던 태영건설은 지난 12월 27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태영건설 차입금 대주단과 참여 PF 신용공여 금융사의 손실 우려가 있다. 이 사태 영향이 금융·건설업 신용과 PF 시장 전반으로 확산할지 관건이다.
불법공매도 문제는 대통령까지 해결하겠다며 앞장서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해외 투자은행의 불법 공매도에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했고, 불법 공매도 피해가 확산하지 않도록 전면적인 공매도 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이 금지 조치는 올해 상반기까지 한시적으로 내려졌지만 하반기 중 기존 방식으로 정상화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불법 행위 탐지에 힘쓴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024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불법 공매도 모니터링 강화로 공정 거래 환경 조성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증시가 외국인과 기관의 놀이터라는 오명을 벗도록 철저한 전산시스템 구축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차전지, 인공지능(AI)이 주요 증시 테마였다면 올해는 4월 진행되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관건이다. 주요 정치인들과 엮인 ‘테마주’는 시세 널뛰기를 겪을 전망이다. 출마 후보자가 공직윤리시스템에 등록하는 출신·학력·재산 명세가 관심사다. 여기에는 특정인과의 학연·지연이나 특정 기업에 투자해 보유 중인 주식 등 정보가 드러난다.
일례로 배우 이정재가 투자하고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기업 ‘와이더플래닛’은 한동훈 테마주 취급에 주가 강세를 보여 왔다. 이 주주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고교 동문이란 이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괴한에 피습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몇몇 ‘이재명 테마주’도 가격이 급등세를 나타냈다.
기업 인수합병(M&A) 움직임도 커질 전망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2·3위인 티빙·웨이브 합병이 추진되고 있다. 양사 업무협약 후 티빙 모기업 CJ ENM과 웨이브 모기업 SK스퀘어가 합병법인 1, 2대 주주를 맡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관계가 제각각인 양측 주주 합의를 끌어내는 게 숙제다.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도 매물로 나와있다. SK스퀘어는 ‘5년 내 IPO’ 조건으로 2018년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서 5000억원을 투자받고, 이에 실패했다. 투자 조건에 따라 FI들은 제3자에게 보유 중인 11번가 지분과 SK스퀘어 지분을 강제 매각하거나, IPO 기한 연장을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제도권에 편입키로 한 조각투자 서비스는 이제 막 발을 뗀다. 한국거래소가 상반기 문을 여는 ‘신종증권 장내 시장’에 연계되거나 사업체가 직접 운영하는 ‘장외 시장’에 증권을 발행하고 유통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업자들은 규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호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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