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정체 구간인 서울 명동 인근의 퇴근길 교통 정체가 최근 들어 더 심각해지고 있다. 서울 중구에 있는 명동입구 버스정류장에 서울시가 새로운 승차 위치 안내 표지판을 설치하면서부터다.
29개 광역버스 노선이 지나는 이곳에 지난달 26일부터 노선별 안내 표지판이 생기면서 버스들이 좁은 구간에 막히는 병목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정체가 가장 심각한 곳은 서울역에서 남대문을 거쳐 명동에 이르는 약 1.8km 구간이다.
전날(4일) 오후 6시를 기준으로 명동입구 정류장 앞 차도에는 경기도행 광역버스가 20대 이상 약 300m 구간에 걸쳐 줄지어 있었다.
이곳에서 동탄행 버스를 기다리던 직장인 안모씨(42)는 “노선별 표지판이 생기고 난 이후로 평소 1시간 걸리던 퇴근 시간이 이제 1시간 30분도 넘게 걸린다. 원래부터 막히던 곳이었지만 이 정도까지 막히는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서울시는 버스 노선 번호가 적힌 13개의 팻말을 인도 위에 약 1m 간격으로 설치했는데, 퇴근하려는 승객이 몰리는 저녁 시간이 되면 각 팻말 앞에 정차하려는 버스들로 '무한 대기줄'이 형성됐다.
설치 전에는 일부 버스를 제외하고는 승하차 위치가 고정돼있지 않아 한 번에 3대 정도의 버스가 동시에 정차할 수 있어 문제가 덜했다.
분당행 버스를 타고 통근하는 직장인 전모씨(50)는 “버스가 줄줄이 밀려 명동까지 두 정거장 오는 데 1시간은 걸리는 것 같다”면서 “공무원들이 서울시청에 앉아서 경기도민들이 버스를 어떻게 타고 다니는지 모르는 것 같다. 표지판 설치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안전상의 이유로 정류장에 팻말을 설치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버스를 타기 위해 급하게 뛰쳐나가는 승객들이 많아 압사 사고가 걱정된다는 민원이 많아서 정차 위치를 명확히 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혼잡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달 중 명동입구 정류장을 지나는 29개 노선 중 5개 노선을 다른 구간으로 돌려 운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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