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금리 향방] 조기 피벗? 12년 전 복기해야…"속도 기대보다 더딜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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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4-01-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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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는 11일 2024년 첫 금통위 개최…'3.5%' 기준금리 동결 유력

  • 기준금리 하락 시점에 촉각…고물가·연준 움직임까지 '산 넘어 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연준과의 동조화가 강한 한국은행도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다만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가계부채 증가세도 심상치 않아 금리가 떨어지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유로존 위기 등 글로벌 경기 침체로 기준금리가 3.25%까지 치솟은 뒤 겨우 인하 사이클로 접어들었던 2012년에도 이후 2%대 초반으로 낮아질 때까지 2년 넘게 걸렸던 사례를 반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8일 통화당국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11일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를 개최한다. 현재 기준금리는 3.5% 수준으로 지난해 1월부터 7연속 동결 중이다. 이번에도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금리가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과 함께 내수 둔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확대 등 변수가 더해져 피벗 압박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금리 인하 시점과 폭, 속도 등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특히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물가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신년사를 통해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면서도 경기 회복과 금융 안정에 필요한 최적의 정책 조합을 찾아야 한다"며 "장기간 이어지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잘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국회에 제출한 '2024년 통화신용정책 운용 방향'에서도 "물가가 목표치에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9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 역시 조기 피벗의 걸림돌로 꼽힌다. 

향후 금리 동향을 예측할 때 지난 2011~2012년 통화정책 운용 사례가 도움이 될 수 있다. 2010년 상반기까지 2% 수준이던 기준금리는 이례적인 물가 상승 여파로 1년간 1.25%포인트 올라 3.25%에 도달했다. 이후 13개월 동안 동결 기조가 지속되다가 2012년 7월 하락 사이클로 진입했다. 3.25%에서 2.25%로 1%포인트 떨어질 때까지 총 38개월이 소요됐다. 

올해 금리 인하가 시작돼도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많은 이유다. 박성근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미국의 물가 하락 속도가 느려져 연준이 올해 상반기 중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낮다"며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를 단행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원장도 "물가가 목표치에 근접한다고 무조건 금리를 내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연준이나 한은 역시 물가 안정화 신호를 충분히 확인한 뒤에나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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