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를 타면 10분인데 루프를 타니 90초밖에 안 걸렸어요. 마치 진공청소기가 나를 빨아들인 것 같아요."
10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기술전시회 'CES 2024'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관람객 눈길을 사로잡은 명물이 있다. 전시회 구역인 LVCC '테크이스트'와 '테크웨스트' '테크사우스' 등 3곳을 연결하는 '베가스 루프'다. 이날 베가스 루프 센트럴역에서 만난 인도 출신 30대 남성은 "CES는 5년 전에 와보고 이번이 두 번째인데 베가스 루프는 처음 타본다"면서 "시간이 촉박한 박람회 기간에 아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매우 판타스틱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베가스 루프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터널굴착기업 보링컴퍼니가 라스베가스 교통 체증을 완화하기 위해 선보인 미래 교통시스템이다. 도심에 지하 터널을 판 뒤 자율주행차로 움직이는 방식으로 중간에 신호나 정차구간이 없어 원하는 목적지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차량에 탑승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3명이다. 머스크는 완전 자율주행용 터널로 루프를 구상했지만 안전 문제로 올해는 기사가 의무적으로 탑승했다. 차량 탑승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 터널이 나왔고, 루프는 터널 속으로 미끄러지듯 빨려들어갔다. 터널 내부는 구간별로 빨강, 초록, 파랑 등 형형색색 조명이 비쳐 마치 놀이기구 '신드바드의 모험'을 연상케 했다. 다른 점은 덜컹거림 없이 조용하고 매우 빠르게 이동한다는 점이다.
루프 운전자 비키(32)는 "올해는 CES 규모가 커져 하루 100대 이상 루프를 운행하고 있다"면서 "작년에는 50대 정도였는데 2배 정도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한두 마디 대화를 나누며 웨스트홀에서 센트럴홀까지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은 90초였다. 이 구간은 거리로 따지면 약 1.3㎞로 도보로 걸으면 13~20분 소요된다. CES는 전시장 규모가 매우 크고, 행사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는 교통 트래픽이 심해 이동하는 시간을 낮추는 게 매우 중요한데 루프가 관람객들의 물리적인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편의를 대폭 개선한 셈이다. 머스크가 관람객 13만명을 걸어다니는 광고판으로 훌륭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머스크는 도심용 루프와 달리 장거리 이동을 위한 하이퍼루프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하이퍼루프는 터널을 진공으로 만들어 공기 저항을 없앤 뒤 자기장을 이용해 승객이 탄 캡슐을 실어나르는 시스템이다. 이론적으로 워싱턴에서 뉴욕까지 29분 만에 갈 수 있는 시속 1200㎞ 속도도 가능하다. 한국도 하이퍼루프 시스템을 도입해 서울~부산 간 '20분 이동' 생활권 시대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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