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위기를 겪는 기업들에게 법인회생 신청이 가장 깔끔하다고 생각합니다. 법인회생은 법원이 주도적으로 관리·감독 및 지도를 하면서 심판과 역할을 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심판관 역할이 따로 없는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 제도만으로는 수많은 채권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도산 전문변호사' 이은성 법률사무소 미래로 대표변호사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이 변호사는 회생·파산 등 도산 분야에서 제도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던 때부터 실전에 부딪치며 전문성을 갈고 닦아왔다. 그는 원자재 가격 상승, 임금 상승, 미분양 사태, 고금리 등의 상황이 맞물려 건설회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건설사들의 위기 상황이 호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기업들이 무엇보다 재무구조가 악화되기 전에 변호사 조언을 얻어 회생 등 법적인 구제를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과거에는 어느 정도 재무구조 개선이나 부채비율 개선을 통해 법인회생 내지 파산 절차를 피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개선 노력 만으로 회사가 어려워지는 것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뢰인들의 가장 큰 실수가 소위 '돌려막기'를 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더욱 악화시킨 후 그래도 해결이 되지 않자 그때서야 회생신청을 하는 경우"라며 "이는 암을 초기에 진단하냐 말기가 돼서 의사를 찾아오느냐의 차이와 같다. 개인이나 기업들이 회생·파산 절차를 인지하고 조기에 법적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도산 전문가 없던 시절 길 개척…"과거 비해 사례 축적 多·인식 개선"
이 변호사는 로스쿨 졸업 후 개업을 하면서 도산을 전문 분야로 삼았다. 로스쿨 재학 시절 '도산 분야가 앞으로 많은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상법 교수님의 추천이 영향을 미쳤다. 그는 개업 당시 도산 분야는 인기가 거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변호사조차도 이 분야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 변호사는 "도산 분야 자체를 아는 분들이 없는 상태에서 혼자 직접 부딪치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 같다"며 "도산이 회계·세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당시 회계사들에게 조언을 받은 게 전문가가 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회생·파산 등 도산 관련 제도에 대한 신청인과 법원의 인식이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회생법원이 처음 생긴 2017년에는 법원도, 신청인도 시행착오가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례가 축적되면서 법원이 전문성을 갖추게 됐고 업무도 신속·정확하게 처리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수의 변호사들이 도산 분야에 진출하면서 과거에는 신청인이 회생·파산 등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을 '부끄러운 일'이라고 인식했다면 지금은 인식도 많이 개선됐다. 이 변호사는 "최근 2~3년 사이 기업 대표자들이 회생·파산 제도에 대해 많이 숙지하면서 법인 도산 사건이 늘어난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과거에는 제도를 몰라서 신청을 못 했다면 이제는 정보를 많이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사건의 양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각급 회생법원 '통일된 양식' 필요…도산 사건 직접 수행하는 변호사 늘어야
이 변호사는 실무자로서 여러 도산 사건을 맡으면서 느낀 현행 제도의 허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회생법원에 이어 지난해 수원과 부산에도 회생법원이 설치됐다. 법원이 회생법원을 전국으로 확대 설치하겠다는 의지도 밝혀 각급 지방에 회생법원이 생기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 변호사는 각급 회생법원에 실무 및 양식이 통일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회생 신청 시 각종 허가 신청서부터 여러 서면을 제출하게 되는데 각 서면의 양식이 지방법원마다 다르다"며 "법원이 논의를 거쳐 통일된 양식을 준비하도록 한다면 신속함과 적정성을 도모하기에 더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변호사들이 도산 분야를 잘 모르던 시절에는 사무장들이 도산 사건을 많이 처리했다. 최근에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인정하는 전문변호사 등록 제도에 따른 도산 전문변호사가 200여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변호사는 아직까지 전문 변호사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면서도, 변호사들이 직접 도산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문 변호사로 등록을 해놨더라도 실질적으로 변호사가 사건을 파악하고 수행하는 경우가 아직 드물고, 사무장들이 사건을 수행하는 경향이 여전한 것 같다"며 "변호사가 관망하는 위치에서 벗어나 도산 사건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수행하는 법률시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살리는 의사' 역할에 자부심…후배들도 적극 뛰어들길
이 변호사는 도산 전문 변호사를 '기업을 살리는 의사'로 비유한다. 회생·파산은 사건 특성상 청산하고 면책받는 사례가 주를 이루지만 회생 등을 통해 기업을 소생시킬 때 가장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변호사 시장에서 진정한 의미의 도산 전문변호사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도산 분야가 접근하기 어려운 건 맞지만 업무가 숙달되고 전문성을 가지게 되면 보람도 있고 자부심도 큰 만큼 후배 변호사들도 적극적으로 이 분야에 뛰어들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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