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양승태 1심 무죄…"일부 직권 남용 해당" 여지 남긴 임종헌 선고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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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언 기자
입력 2024-01-29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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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019년 1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019년 1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사법부 이익을 위해 사법행정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서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75‧사법연수원 2기)이 1심에서 무죄를 받은 가운데, 같은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선고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이종민·임정택·민소영 부장판사)는 지난 26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11기)‧박병대(12기) 전 대법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임기 시절 상고법원 도입에 청와대 지원을 받기 위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에 개입하는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일부 판사들에 대해서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불이익을 주면서 법관 비위를 숨겼다는 혐의도 받았다. 이는 2017년 2월 현재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탄희 의원이 판사 시절 법원행정처 심의관에 발령난 직후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 관련 지시를 거부하고 사직서를 내면서 드러났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직권남용,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무상비밀누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손실 등 적용된 혐의만 47개에 이른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재판 거래(특정 대가를 조건으로 재판 결과를 거래하는 행위)·재판 개입·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등 공소사실로 특정된 모든 범죄가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1심이 선고되기까지 4년 11개월이, 선고 공판 당일 이례적으로 휴정을 하며 판결문 낭독에만 4시간 25분이 걸린 사법농단 사건에서 '수뇌부'가 무죄를 선고받자 사법농단 혐의로 기소된 실무 책임자의 재판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선고공판이 내달 5일 열린다. 검찰 공소장이 법원에 접수된 지 1909일 만이다. 임 전 차장은 실무책임자로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등 재판에 개입하고, 법원 내 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에 대해 압력을 가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다만 법조계는 임 전 차장의 경우 양 전 대법원장과 달리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1심 재판부가 '서기호 전 국회의원 재임용 탈락 사건'과 관련해 "서기호 사건의 기일을 진행하라고 지시 및 요청한 것은 임종헌의 직무권한에서 벗어난 것이고, 필요성·상당성도 없어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장을 비난하는 내용의 기사를 사법정책심의관에게 대필하게 한 혐의에 대해서도 "임종헌이 헌재소장에 대한 비판적 내용의 자료의 초안을 사법정책심의관에게 작성하게 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같은 재판부에서도 (임 전 차장의) 선고를 내리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법원에서 판단한 내용인 만큼 임 전 차장의 선고도 같은 맥락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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