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럽연합(EU)이 배터리 생산 시 핵심 원자재 재활용 의무 비율을 상향하면서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 선점 경쟁이 시작됐다. 전기차 최대 시장인 유럽에서 살아 남기 위해 재활용된 원재료를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생긴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국내 기업은 폐배터리 사업을 새 먹거리로 점찍으면서 관련 기업의 인수와 투자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폐배터리 산업은 수거, 리사이클링 공정(전처리·후처리), 유통 등 거대한 밸류체인을 갖추고 있어 향후 글로벌 시장 규모는 600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폐배터리 전처리 기술을 갖춘 전문 기업 이알에 지분 투자를 하기로 했다.
현대글로비스의 폐배터리 사업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21년 폐배터리 수거를 위해 전용 회수 용기를 개발해 특허를 취득했다. 이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로부터 리튬 배터리 항공운송 인증 자격을 취득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투자로 전처리 기술을 확보해 폐배터리 시장에서 회수부터 리사이클까지 가능한 종합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는 목표다.
포스코도 폐배터리 사업 수직 계열화에 한창이다. 포소코홀딩스와 GS에너지의 합작사인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는 폐배터리 사업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소재 리사이클링뿐만 아니라 수거와 배터리 리유즈(재사용) 사업에도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리유즈는 폐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캠핑용 파워뱅크로 다시 만드는 사업 모델이다.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는 화유코발트와 '포스코HY클린메탈'이라는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기도 했다. 포스코HY클린메탈은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에서 후처리 공정에 집중하는 회사로, 지난해 7월 완공된 광양 공장에서 블랙파우더를 습식제련해 구리·망간·코발트·니켈 등을 뽑아내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2022년 8월에는 성일하이텍과 협업해 폴란드에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공장 'PLSC(Poland Legnica Sourcing Center)'를 준공했다. 이곳에서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배터리 생산공장에서 발생하는 스크랩과 폐배터리를 수거해 블랙파우더로 만든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1월 '핵심원자재법(CRMA)'에 합의하며 글로벌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화를 위한 초석을 다졌다.
합의안에 따르면 EU는 2030년까지 리튬, 코발트, 니켈 등 전략 원자재에 대해 역내에서 연간 수요의 최소 10%를 채굴하고, 25%를 재활용하며, 40%를 가공해야 한다. 재활용 목표치는 집행위의 최초 제안인 15%보다 상향 조정됐다.
SNE리서치에 글로벌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 규모는 2030년 약 72조원(539억 달러)에서 2040년 약 232조원(1741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CRMA와 같은 유사정책이 계속 나오게 되면 관련 시장이 60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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