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칠레 중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한 인명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최소 64명이 숨진 것에 더해 200여명의 생사 파악이 어려운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난 2010년 2월 525명의 목숨을 앗아간 규모 8.8 강진과 쓰나미 이후 칠레 최악의 재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4일(현지시간) 칠레 대통령실 소셜미디어(SNS)와 국가재난예방대응청(세나프레드)에서 제공하는 재난 정보에 따르면 중부 발파라이소주에서 지난 2일 오후 페뉴엘라 호수 보호구역 인근에서 산불 신고가 최초로 접수됐다. 이 산불은 강풍과 건조한 날씨의 영향으로 금세 거세졌다. 특히 다음 날 최대 풍속 시속 60㎞ 정도의 강한 바람이 불면서 불길이 민가 쪽으로 삽시간에 번졌다. 아직 정확한 집계는 나오지 않았으나 당국은 최대 주택 6000채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까지 피해는 칠레 대표적 휴양지인 비냐델마르를 비롯해 킬푸에, 비야알레마나, 리마셰 등에 집중됐으며 국가에서 관리한 지 73년 넘은 역사 깊은 식물원은 90% 이상 소실된 것으로 전해졌다. 불에 탄 면적은 이날 현재 110㎢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경기 수원시 전체 면적(약 121㎢)에 맞먹는 규모다.
인명 피해도 커지고 있다. 세나프레드는 지금까지 최소 64명이 숨졌다고 밝혔으며 이 수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생사 확인이 어려운 사람의 숫자 역시 200여명에 이른다.
칠레 정부는 가용할 수 있는 소방관과 군 장병을 모두 동원해 진화와 실종자 수색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지 매체인 라테르세라에 따르면 지난주 칠레 남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해 이를 진화하느라 총력 대응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현재 비냐델마르 등 4개 도시에는 통행금지령이 내려졌으며 발파라이소는 긴급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보리치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메시지에서 525명의 사망자를 낸 2010년 규모 8.8 대지진과 쓰나미를 언급하며 "의심할 여지 없이 2010년 참사 이후 가장 큰 비극"이라고 말했다. 이어 "희생자 추모를 위해 5∼6일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산불이 방화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현재 당국이 조사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주칠레 한국대사관은 긴급 공지를 통해 진화 때까지 발파라이소 및 비냐델마르 지역 방문을 삼갈 것을 교민과 관광객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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