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말 발표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재계도 적극 화답하고 있다. 현대차, 한화, SK, LS 등 주요 기업들은 지난해 주력사업에서 두둑히 쌓아올린 실탄을 바탕으로 자사주 소각 및 배당 확대 등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기말 배당금을 보통주 기준 주당 8400원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2023년 연간 배당 규모는 전년보다 1조1683억원 늘어난 2조9986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아도 기말 배당금을 전년 대비 2100원 오른 5600원으로 책정했다. 결산 배당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시가배당률은 각각 4.6%, 6.4% 수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한화도 최근 성과급 제도인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를 내년부터 전계열사 팀장급 직원으로 확대했다. RSU는 성과급을 주식으로 주기로 약속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지급하는 제도로 임직원은 회사와 약정한 뒤 5~10년 뒤에 실제 주식을 수령할 수 있다. 퇴사하더라도 약정기간을 채워야 주식을 받을 수 있어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과 달리 임원들의 '먹튀'를 방지할 수 있다. 기업이 RSU를 지급하려면 자사주를 대량으로 매입해야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유동주식을 줄이고, 자사주 매각 효과도 볼 수 있어 주주가치제고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SK네트웍스도 지난해 AI투자, 사업포트폴리오 조정 등을 통해 강화한 수익을 바탕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배당 증액, 자사주 소각에 나섰다. 이달 이사회 의결을 통해 보통주 120원, 우선주 145원 수준이던 정기배당을 보통주 200원, 우선주 225원으로 각각 66.7%, 55.2% 높이고, 3월 초에는 1450만363주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전체 주식의 6.1%로, 평균취득단가 기준 총 770억원 규모다.
이호정 SK네트웍스 대표이사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워커힐, SK렌터카의 실적호조와 SK매직 주방가전 사업 종료 등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자사주 5%를 소각한데 이어 올해도 6%대의 대규모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또 "경영층의 의지를 담아 시행하는 주주환원 정책이 더 큰 이해관계자의 가치 창출과 기업 가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강조했다.
해저 광케이블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LS마린솔루션도 올해 역대 최대인 주당 160원, 약 40억원의 총배당금을 의결했다. 주당 배당금은 지난 해 30원 대비 5배 넘게 오른 금액이다. 이승용 LS마린솔루션 대표는 "배당성향을 30% 선으로 유지해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면서 "투자와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통해 주주친화적인 배당정책을 이어 가겠다"고 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가담하는 기업들은 지난해 자동차, 방산, 해저케이블 등 주력사업에서 높은 성과를 나타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되면 기업 미래가치 제고는 물론 행동주의 펀드에도 맞설 수 있어 산업계에도 매우 긍정적"이라면서 "다만 강력한 주주친화정책으로 기업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상속세제 개편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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