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문제를 놓고 펼쳐진 첫 TV 토론회에서 정부 등 찬성 측과 의사 단체가 팽팽하게 맞섰다. 양측은 국내 '의사수'가 충분한지 여부부터 필수의료 공백 해법에서 모두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지난 20일 방영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의대증원' 찬반을 두고 전문가들과 의료계, 복지부 관계자 등이 모여 첫 공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토론에는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와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 유정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팀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이 참석했다.
정부와 찬성 측 전문가는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주장했으나, 반대 측은 "인구 감소세에 따라 수요가 줄고 있으며 현재의 의료서비스 수준이 우수하기 때문에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양측 패널들은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한지에 관한 '현황 진단'에서부터 충돌했다.
찬성 측 패널로 나선 유 팀장은 "현재도 앞으로도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며 현재도 지역 필수의료 부족 등 여러 문제가 생기고 있으며 차후 수도권 병원 의사 수급에 어려움도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찬성 패널인 김 교수도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80시간 일하고 대형병원 의사 업무를 대신하는 PA(진료보조) 간호사 인력을 2만명 가까이 쓰는데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면 그런 일이 발생하겠느냐"고 거들었다.
이에 반대 측 패널은 전체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고 근무 여건이 열악한 진료 과목을 피한 것일 뿐이라고 맞섰다. 반대 측 패널인 정 교수는 "OECD의 건강 결과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이 최상위권이고 의료 이용 접근성도 상당히 높다"며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지 않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이 회장도 "국민 눈높이는 양보다 질이 중요한데 의대 증원은 맛집에 줄을 선다고 해서 식당을 많이 짓자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의사 증원'만으로는 '필수의료 부족'을 해소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대 측 정 교수는 정부가 증원 근거로 제시한 연구의 책임자들도 증원규모에 '너무 과감하다'고 언급했다며 인원이 부족한 '필수의료'에 대한 대책 없이는 우수한 이공계 인원의 유출만 가속화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찬성 측 유 팀장도 "의사 수만 늘리겠다는 건 아니다"라며 지역에도 '빅5' 수준의 거점병원을 만들고, "필수의료 분야에 10조원 이상을 핀셋 투입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진료공백'에 대한 일침도 나왔다. 반대 측 김 교수는 "의협(대한의사협회)은 2000년 이후 의사 파업으로 정부 정책을 매번 무산시켰다"며 "이번에도 굴복해서 증원에 실패하면 언제 다시 논의하게 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당부했다.
토론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은 "치료할 의사가 없어서 대학병원 간호사가 쓰러지는 일도 있었는데 의사수가 충분한 게 맞냐", "반대 측에서는 고령화 추세에 따라 의료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며 찬성 측이 더 설득력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의사 수를 말할 때 '조건'을 정해놓고 보지 않기 때문에 서로 엇갈린 답이 나온다"며 토론 방식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자기 주장만 내세운 꼴'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부와 의사단체 간 TV토론은 오는 23일에도 이어진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과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이 이날 KBS 특집토론회에 출연해 1시간 동안 토론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기존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의 보고서를 근거로 2035년에 의사 1만5000명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공의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2000명 증원의 근거가 빈약하다며 '집단행동'에 돌입하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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