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생산업체 포드가 전기차 가격을 낮추면서 완성차 기업의 가격 인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한 가운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기업의 행보로 풀이된다.
20일(현지시간) CNBC·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포드는 이날 전기차 크로스오버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인 머스탱 마하-E 2023년형 최저 가격을 4만2995달러(약 5738만원)에서 3만9895달러(약 5323만원)로 낮췄다. 최고가 라인업인 마하-E GT 가격은 5만2395달러, 프리미엄 라인업은 4만8895달러로 각각 7600달러(약 1014만원), 8100달러(약 1081만원) 인하했다.
포드의 이 같은 가격 인하 결정은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꺼낸 자구책이다. 블룸버그는 "전기차 시장 전반의 수요 둔화 속에 지난달(1월) 포드의 전기차 판매가 11% 감소했다"고 전했다.
최근 비싼 가격과 충전 문제, 고금리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세계 곳곳에서 전기차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포드는 이번 결정에 대해 “판매 성장과 고객 가치의 최적 조합을 달성하기 위해 시장에 지속적으로 적응하면서 2023년 모델의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상황도 포드의 가격 인하를 부추긴 것으로 보고 있다. 머스탱 마하-E는 지난달부터 적용된 미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 요건에 따라 3750달러(약 500만원)의 세금 공제를 받지 못하게 됐다. 지난해 미국 전기차 SUV 중에 두번째로 많이 팔렸던 머스탱 마하-E도 IRA 공제 제외로 인한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미국에서 마하-E의 판매량은 51% 줄어든 1295대에 그쳤다.
포드의 가격 인하로 전기차 시장의 가격 인하 경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인 비야디(BYD)와 테슬라가 가격을 인하한 상황에서 인하 경쟁이 격화되는 것이다. 마하-E의 경쟁 모델인 테슬라의 '모델Y' 크로스오버는 4만2990달러(약 5737만원)부터 시작하고 7500달러의 세금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기차의 가격 인하 경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월가 최대 투자자문사 에버코어 ISI는 "소비자는 1300~2500만원 더 내고 전기차를 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HSBC도 완성차 업체들이 더 낮은 가격에 전기차를 내놓거나 장기 목표를 수정해야만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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