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을 중심으로 한 중동 지정학적 위험요소 장기화가 국제유가를 상승시키고 있다.
동시에 유럽과 아랍에미리트(UAE)의 석유 제품 재고는 감소했지만, 주요국의 시장지표는 개선되면서 석유공급 부족 우려가 대두됐다. 이에 따라 차월물 석유 선물가격이 치솟기 시작하면서 국제유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월 셋째 주(2월 19~22일)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가격은 전주 대비 0.5달러 오른 배럴당 78.23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전주 대비 0.61달러 오른 배럴당 83.15달러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0.52달러 오른 82.27달러로 조사됐다.
◆ 길어진 중동 리스크, 유가 상승 요인으로
먼저 지정학적 부분을 보면 장기화한 중동 무력충돌이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는 지난 14일과 15일 공습을 주고받았으며, 지난 21일 시리아 언론은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으로 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홍해에서는 예멘 후티 반군의 선박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 파나마 선적의 유조선이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은 사건은 중동발(發) 석유 공급망 붕괴 위험성을 한층 고조시켰다.
산유국이 집중돼 있는 중동에서의 무력충돌은 생산차질, 석유 공급망 붕괴 위험 등의 우려를 야기시키면서 국제유가 상승의 원인이 된다.
석유 수급 측면에서는 유럽과 UAE의 석유 제품 재고 감소가 유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유럽 주요 허브인 ARA(Amsterdam-Rotterdam-Antwerp)의 원유 재고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19일 기준 UAE 푸자이라(Fujairah)의 석유 제품 재고는 4개월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은 시장의 석유 공급부족 관측으로 이어지면서 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재고 감소로 인한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 전망은 선물유가의 근월물과 차월물의 가격 차가 확대되는 결과를 낳았다.
석유 시장에서도 선물가격이 현물가격을 흔드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4월 인도분의 선물 가격이 상승 중인 만큼 국제유가의 추가 인상 여지가 있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 주요국 시장지표 개선, 석유 수요 확대 전망...韓 주유소 기름값은 고공행진
국제금융 측면에서는 개선된 주요국의 경제지표가 유가 상승을 이끌었다.S&P가 발표한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 2월 예비치는 51.5로 17개월 고점을 기록했으며, 서비스업 PMI는 51.3으로 전월과 비교하면 소폭 낮아졌지만 기준선인 50을 넘겼다.
중국에서는 인민은행이 지난 20일 5년물 대출우대금리(LPR)를 4.2%에서 3.95%로 인하하며 최대 인하 폭을 기록했다.
경제지표 개선은 시장 구매력 상승 및 제조업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면서 석유 제품 사용량이 늘어나는 효과를 낸다. 이에 따라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이 발생한다.
글로벌 석유제품 가격은 2월 첫째 주(2월 5~9일) 유가 하락 시황이 반영돼 내렸으나, 차주부터는 2월 둘째 주와 셋째 주 유가 상승장이 반영돼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2월 셋째 주 아시아 역내 석유제품 가격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시장에서 휘발유(92RON) 가격은 전주 대비 2.53달러 감소한 배럴당 95달러를 기록했다. 등유와 경유는 각각 2.59달러, 3.21달러 내린 103.11달러, 105.94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2월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월 셋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17.6원 상승한 리터당 1627.1원을 기록했다. 경유 판매 가격은 16.9원 상승한 1529.5원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판매가격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리터당 1709원이다. 최저가 지역은 대구로 1600.1원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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