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렛 퍼터를 집게 그립으로 쥔 그는 초조한 표정으로 홀을 바라봤다. 공에 퍼터 헤드를 갖다 댔다. 순간 시간이 멈추는 것 같았다. 홀 오른쪽 끝으로 공이 굴러갔다. 빠지는 듯 보였다.
흑인 골퍼가 주저앉았다. 무릎을 굽힌 그는 간신히 홀에 공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자신이 쥔 퍼터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스프링처럼 일어서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유럽(DP 월드) 투어 매지컬 케냐 오픈에 응원하러 온 우간다 국민들이 그런 그에게 환호했다.
그의 이름은 로널드 루구마요. 별명은 마요다. 31세인 그는 지난 25일(한국시간) 9번 홀 버디로 이틀 동안 이븐파 142타를 쌓아 컷을 통과했다.
당당히 71명 안에 이름을 올렸다. 우간다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DP 월드 투어 컷을 통과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에는 리무루 컨트리클럽 영상이 게재됐다. 대회가 열린 케냐 무타이가 골프클럽에서 가까운 곳이다. 이 지역에는 우간다인들이 작은 마을을 형성해 살고 있다.
루구마요의 버디와 함께 리무루 회원들이 환호했다. 우간다인들의 마음에 심어진 골프 씨앗이다.
나흘간 286타를 쌓은 루구마요는 컷을 통과한 71명 중 71위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그는 당당한 표정을 지었다.
루구마요는 "우간다 국적으로 처음 컷을 통과했다. 꿈이 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자신을 믿어야 한다. 뭐든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다. 아프리카인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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