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레노 작가의 전시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처럼 연결돼 있다. 리움미술관의 야외 데크에는 높이 13.6m의 구조물인 ‘막’이 설치됐다. ‘막’에는 42개 센서가 달려 있어 기온과 습도, 풍량, 소음, 대기오염도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 데이터로 전시작품들이 활성화된다.
파레노 작가는 26일 간담회서 “전시 때는 항상 외부에 마이크나 기상 측정 도구 같은 센서를 배치해 외부의 데이터가 내부에 있는 작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해왔다”고 설명했다.
막이 오른 공연처럼 전시장 곳곳에서는 다양한 즉흥적인 퍼포먼스가 이뤄진다. 물고기 모양 풍선들이 전시장을 둥둥 떠다니고, 아무도 없는 피아노에서는 즉흥 연주가 펼쳐진다.
전시장 곳곳에서 들려오는 알 수 없는 소리는 배우 배두나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막'이 만들어낸 새로운 목소리다. 새로운 목소리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며 성장한다. 델타 에이(δA)는 동사-주어-목적어의 어순을 가진 새로운 언어 체계다. 작가는 '왕좌의 게임'에서 도트락 부족의 언어를 만들었던 언어학자 데이비드 피터슨과 협업해 델타 에이를 창조했다.
특히나 이번 전시는 저명한 국제 미술기관인 독일 뮌헨의 하우스 데어 쿤스트(Haus der Kunst)와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이뤄졌다.
‘보이스’라는 공통 주제와 핵심 작품을 공유하며, 각 기관에서 다른 전시를 펼치는 이란성 쌍둥이 전시 모델을 선보인다. 또한 작가의 전체 영상 작품의 자막 모음집 ‘보이스: 발화된 언어’와 도록을 양 기관이 공동 발간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도 주목할만한 전시가 기다리고 있다. 기술과 생물, 감각을 연결하는 실험적 작업을 전개해온 한국계 미국작가 아니카 이의 아시아 첫 미술관 전시 ‘아니카 이 개인전’이 오는 9월에 열린다. 전시는 베이징 UCCA 현대미술센터와 공동기획으로 이루어진다.
지난 20여년 간 국내 신진 작가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이었던 ‘아트스펙트럼’도 2024년에 새롭게 변화한다.
오는 9월 예정된 ‘아트스펙트럼 2024’는 기존 수상제도와 국내 신진작가 중심에서 벗어나 아시아 동시대 미술현장으로 스펙트럼을 확장한다.
세계적인 태국 작가 리크리트 티라바닛을 게스트 큐레이터로 초청해, 아시아 신진 작가들과 함께 시의성이 있는 주제전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