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안에 반발하는 의사단체의 '진료 거부' 집단 행동이 지속하는 가운데, 비대면 진료 관련주에 이어 제약·바이오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코스닥에서 의료 분야 종목으로 외국인 순매수세가 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의료·제약 분야 관련 지수와 종목 주가들은 시장 평균 이상으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8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24% 올랐는데, 업종시세 중 '의약품' 지수가 전일 대비 3.78% 상승했고 '의료정밀' 업종 지수 상승률도 평균을 웃도는 1.77%를 나타냈다. 같은 날 코스닥 지수 상승률은 전일 대비 1.14%를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 중 '제약' 업종 지수 상승률도 시장 평균 상승세를 한참 넘어 6.93%에 달했다.
한국 시장에 관심이 높아진 외국인들의 순매수세가 의약품, 의료정밀, 제약 등 업종 지수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2월 8일부터 이달 8일까지 최근 한달 새 투자자별 누적 순매수 금액을 보면 외국인은 의약품 1586억원, 의료정밀 455억원, 제약 2147억원, 총 418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에 유입된 외국인 순매수 총 금액(4조6599억원) 9%가량이 세 업종으로 몰렸다.
한 달간 종목별 종가 기준 주가 변화를 보면 제약사 유한양행이 20% 이상 올랐고 삼일제약은 19% 가까이 상승했다. 의료정밀업체인 덴티움은 거의 30% 올랐고, 케이씨텍은 60% 이상의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초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비롯한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SW) 분야 '비대면 진료 테마주'의 주가를 꿈틀거리게 했던 투자자들 관심이 이젠 본격적인 의약품·의료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앞서 재외국민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온 IT서비스 업체 인성정보, 병원정보시스템(HIS)을 공급해 온 SW기업 비트컴퓨터, 병·의원용 '전자의무기록(EMR)' 솔루션 업체인 유비케어 등은 비대면 진료 테마주로 묶이며 먼저 급등한 바 있다. 이들은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과 비대면 진료 허용 범위 확대 발표에 수혜주로 떠올랐다. 정부는 지난달 20일부터 이어진 전공의의 집단 진료 거부 기간 동안 조건부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 중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의료산업 보고서를 통해 △필수 소비재 의약품 매출 성장(유한양행) △제약사의 다양한 연구개발 모멘텀(HK이노엔) △중국 임플란트 시장 성장(덴티움) △본업 성장 대비 저평가(휴젤) △미국·유럽 바이오시밀러 직접 판매 효과(셀트리온) 등의 종목을 추천했다. 그는 "자금 조달 관련 우호적 환경 조성과 함께 올 2분기 학회 모멘텀까지 유효해 바이오텍 분야 관심이 증대될 것"이라고 봤다.
미국암연구학회(AACR) 연례총회도 국내 의료·바이오 관련주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현지시간 기준 오는 4월 5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에 국내 제약·바이오 분야 기업이 참가해 저마다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등 주요 연구 성과를 발표한다. 행사 참가 기업 중 유한양행은 최근 1주일 새 12.20%, 에이비엘바이오 20.22%, 지놈앤컴퍼니 16.31%, 루닛 6.25%, 와이바이오로직스는 26.71%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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