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공직사회 유리천장은 '방탄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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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입력 2024-03-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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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과 소수·소외층 등이 조직 내 고위직으로 향하는 걸 막는 불평등을 '유리 천장'이라고 부른다.

    한 여성 사무관은 육아 휴직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이 승진에 발목을 잡는다고 토로했다.

    아직까지 남성 육아 휴직이 보편화되지 않아 여성이 휴직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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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의 취재를 종합한 결과 정부세종청사의 여성 고위공무원단 비율은 5 내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여성 직장인 관련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한 결과 정부세종청사의 여성 고위공무원단 비율은 5% 내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여성 직장인 관련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성과 소수·소외층 등이 조직 내 고위직으로 향하는 걸 막는 불평등을 '유리 천장'이라고 부른다. 유리 천장이라는 표현이 더 이상 신선하지 않을 만큼 우리 사회는 불공정이 만연해 있다. 그래도 공직 사회는 다를 줄 알았다. 민간 기업에 모범이 돼야 할 공직 사회만큼은 고위직 남녀 비율이 비슷할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갖고 취재에 들어갔다.

'4.9%' 기획재정부 여성 실·국장 비율이다. 전체 고위공무원단(고공단)이 100명이라고 가정할 경우 여성은 다섯 명도 채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기준 기재부 고공단 61명 중 여성은 3명에 불과했다.

생각보다 더 적은 인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이내 다른 부처를 취재하니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고공단 승진을 앞둔 과장급 공무원들 역시 여성 비율은 소수였다. 여성 고공단이 한 명뿐인 부처도 있었으며 휴직 등으로 여성 과장이 줄어든 부처도 있었다.

이쯤 되니 문득 한 문장이 떠올랐다. '여자 직업으로 공무원만 한 게 없다.' 대부분의 여성이라면 살아가면서 한두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승진이 어렵기는 사기업과 마찬가지인데 '여자 직업으로 최고'란 말이 어울리는 게 맞는지 의문이 생겼다. 

한 여성 사무관은 육아 휴직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이 승진에 발목을 잡는다고 토로했다. 아직까지 남성 육아 휴직이 보편화되지 않아 여성이 휴직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승진 제한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해당 사무관의 설명이었다. 

사기업보다는 비교적 육아 휴직 사용에 관대한 공직 사회조차 경력 단절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승진을 위해서는 육아를 포기하거나 육아를 위해서는 승진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방탄유리만큼 공고한 벽 때문이다.

여성 고위 공무원이 적은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다만 출산과 육아가 그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일과 가정 중 하나만 선택하게 해서도 안 된다.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룬 뒤 어느 한 성별이 커리어를 포기해야만 유지되는 사회는 기형적이다. 

한 관계자는 부처의 특성을 이유로 들며 추후에는 여성 고위 공무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그의 답변이 전망에 그치지 않고 현실로 구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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